[김현경의 맘다방] "변기에 쪼그리고 수유"..갈 곳 없는 수유부

입력 2015. 4. 14. 09:16 수정 2015. 4. 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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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김현경 기자] "냄새 나는 화장실 안, 변기에 쪼그리고 앉아 젖을 먹여본 적이 있으신가요?"

황당하지만 지난 주말 제가 겪은 일입니다.

벚꽃이 절정이었던 지난 12일, 저희 가족은 봄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김포에 새로 생긴 현대프리미엄아울렛에 갔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쇼핑을 하다 보니 금세 시간이 갔고, 한 살 짜리 아들은 배가 고픈지 슬슬 짜증을 냈습니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습니다. 2층에 있던 저희는 수유실을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내데스크를 찾아 수유실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니 1층과 3층에 하나씩 있다고 했습니다.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가며 한참을 걸어 1층 수유실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일. 수유실에 들어가기 위해 엄마들이 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아이는 많은데 수유실이 너무 좁아 무한 대기를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유의 특성상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빨리 차례가 오지도 않을 것 같아 다시 3층까지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3층 수유실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수유실 밖에까지 대기줄이 있어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엄마들은 "여기도 줄 서야 하네. 조금만 참아"라며 한마음으로 짜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배고픈 아이는 울어 제끼는데 갈 데는 없고 다급해진 저는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 위에 앉아 수유를 했습니다.

냄새 나고 더러운 곳에서 식사를 하게 했다는 죄책감에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괜히 데리고 나와 고생만 시킨다는 생각도 들고요. 수유를 하고 나서도 계속 언짢은 기분이었습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연면적 약 15만3800㎡(4만6500평), 영업면적 약 3만8700㎡(1만1700평)에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입니다. 축구장으로 치면 23개 크기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넓은 곳에 수유실은 달랑 2개 뿐입니다. 명품관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수유실에 들어갈 때에도 줄을 서야 하다니…. 프리미엄은 프리미엄인가 봅니다.

비단 현대 아울렛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에 갔을 때에도 3개관 통틀어 수유실이 1개 뿐이라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에 가서 수유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아울렛이나 다른 대형시설들이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 항변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에 수유실을 몇 개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니까요. 모자보건법 제10조 3항(모유수유시설의 설치 등)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유수유시설의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고 나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지침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지자체에서 조례로 정해 관내 시설에 적용할 수는 있지만 조례가 없거나 미루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측면에서 보자면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가족 단위로 찾는 고객이 많은 만큼 좀더 배려했다면 더 좋은 인상을 남겼을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장애인 운전자를 위한 주차 공간을 지정해 놓는 것처럼 수유실 설치도 법으로 강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출산과 모유 수유를 말로만 권장하지 말고 모자를 위한 편의 시설부터 늘려야 할 것입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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