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자면서 SNS만 하는데.."공감의 핵심은 '접속'이 아니라 '접촉'"

입력 2014. 5. 20. 10:30 수정 2014. 5. 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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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스마트 상담실

Q.

밥 먹자고 불러 놓고 에스엔에스(SNS)만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요?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면 다시 만나야 할지 고민입니다.

A.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두 손의 자유와 그로 인한 지능의 발달을 얻었습니다. 또다른 결과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인간의 아기입니다. 직립보행을 위해 골반이 좁아졌기 때문에 덜 자란 상태로 태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지만 사람은 최소 일 년이 지나야 혼자서 걸을 수 있습니다. 그 일 년 동안 아기는 전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해 살아남습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인간, 그래서 사람은 혼자라는 것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있습니다.

왕따와 배척에 대한 두려움, 고립에 대한 공포가 에스엔에스 흥행의 배경입니다. 에스엔에스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었다는 착각을 갖게 만듭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사람들이 각자 에스엔에스로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합니다. 배고픈 건 참아도 무시당하는 것은 못 참는다는 지인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절대 포기하기 어려운 게 인정 욕구입니다. 자신을 앉혀 두고 스마트폰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몰두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할까요? 에스엔에스에 몰두할수록 가까운 사람과는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사회관계망의 친구가 2천명이면 뭐하나요? 아플 때 밥 한 끼 같이 먹어줄 친구가 없다면 말이죠. 혼자인 게 두려워 에스엔에스를 하지만 결국은 더 외로워지는 악순환이 됩니다.

아이는 태어난 순간부터 타인과의 교감을 연습합니다. 태어나서 십분만 지나도 신생아는 어른의 얼굴 표정을 흉내 냅니다. 신생아 대뇌의 거울신경세포의 기능 덕분입니다. 남이 웃으면 나도 웃고 남이 울면 나도 우는 이심전심의 능력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타고납니다. 공감능력의 핵심은 대면에 있습니다. 사회성이 좋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눈을 봅니다. 눈 주변에는 풍부한 표정근육이 있어서 미묘한 감정 차이를 가장 잘 읽을 수 있습니다. 대면과 접촉을 통해 키운 공감능력은 사회적인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의 범람이 공감능력을 퇴화시킵니다. 공감능력에 문제가 없던 사람이 살면서 문제가 생기는, 후천적 디지털 자폐증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멀리 있는 에스엔에스 친구가 아니라 바로 내 앞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외로움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을 치유해주는 것은 댓글이 아니라 바로 가까운 사람과의 어울림입니다. 수십번의 댓글이 단 한번 대면의 기쁨을 대신하지 못합니다.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접속이 아니라 접촉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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