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일본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

배명복 입력 2014. 9. 17. 00:56 수정 2014. 9.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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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난 한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 남편도 대찬성

도쿄의 금융가인 간다(神田) 뒷골목에 자리 잡은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우즈(UZU)'. 일본어로 '소용돌이(渦)'라는 뜻을 가진 이 가게의 주인은 아베 아키에(安倍昭惠·52). 현직 일본 총리의 부인이다. 경매로 구입한 3층짜리 건물을 개조해 2012년 10월 오픈했다. 개업한 지 두 달 만에 남편인 아베 신조(安倍晋三·59)는 일본의 96대 총리가 됐다. 추석 연휴였던 9일 우즈에서 아키에 여사를 만났다. 인터뷰는 본지 전 도쿄특파원인 박소영 기자의 동시통역으로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 가게 이름이 범상치 않다. 직접 지은 이름인가.

 "그렇다."

 - 무슨 뜻인가. 혹시 소용돌이처럼 손님을 마구 빨아들이겠다는 의미?

 "일본 신화에 아마노우즈메 라는 신이 있다. 태양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바위 동굴 속으로 들어가 버려 온 세상이 캄캄해진 뒤에 나타나 세상이 환해지는 계기를 만든 여신이다. 밝고 환한 마음으로 세상을 열어가자는 취지로 붙인 이름이다. 글자 그대로 가급적 많은 손님을 끌어들여 여러 가지 정보를 발신하고 싶은 마음도 담았다."

 - 가게에는 자주 나오나.

 "처음 오픈했을 때는 거의 매일 나와 직접 손님을 맞았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 개업한 지 2년이 다 돼 간다.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는 건 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인가.

 "1~2년 지나서도 적자면 문 닫기로 남편과 약속하고 시작한 사업이다. 겨우겨우 흑자를 내고 있다."

 - 하루 평균 손님 수는?

 "일반 손님은 1층만 이용하는데, 1층 좌석을 다 합해 봐야 24석이다. 2회전 하는 날은 거의 없기 때문에 1층이 다 차도 스무 명 남짓이다. 개인적으로 가까운 분들은 2층으로 모시기도 한다. 예약도 받지만 예약 손님이 전혀 없는 날도 있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

 - 아베 총리도 가끔씩 오나.

 "아직 한 번도 안 왔다. 경호 때문에 번거롭긴 하겠지만 꼭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

 -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자재만 쓴다던데.

 "쌀도 내가 야마구치(山口)에서 직접 수확한 무농약, 야채도 유기농이다. 무첨가 국산 식자재만 쓴다. 대단한 요리는 아니지만 건강식이라는 자신감은 있다."

 -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손님들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건 사실 밥이다. (칠판을 가리키며) 저기 적힌 메뉴들은 다 맛있다. 포테이토 샐러드나 생선 소시지인 '시시지(seasage)'도 인기가 있고, 고마도후(참깨두부)나 베이컨도 인기가 있다. 야마구치 특산물로 만든 음식은 다 맛있다."

 - 우즈를 오픈한 진짜 이유가 궁금하다. 돈을 벌겠다는 목적은 아닐 것이고, 책에서 밝힌 대로 야마구치의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맞다. 야마구치는 남편을 키워준 곳이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뭘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야마구치 특산물을 가져와 널리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야마구치 것만이 아니라 전국의 좋은 식재료들을 소개하고, 그걸 만든 생산자들에게 보답함으로써 그분들이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싶은 마음이다."

 - 시댁에서 반대하진 않았나.

 "모두 걱정은 했다. 가까운 사람 중에 이런 일을 한 사람이 없었으니까."

 - 남편도 처음엔 반대했지만 영업시간 중 술을 안 마시는 조건으로 동의했다고 들었다. 그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나.

 "처음에 매일 나와 접객(接客)을 할 때는 손님들이 권해도 술을 안 마시려고 일부러 차를 몰고 왔다. 지금은 직접 접객은 하지 않기 때문에 술 마실 일이 없다. 친한 사람들과 손님 자격으로 올 때는 당연히 마신다."

 - 술은 즐기는 편인가.

 "그렇다. 좋아한다."

 - 특별히 좋아하는 술이 있나.

 "이 대목에선 막걸리라고 대답해야 하나?(웃음) 뭐든 다 좋아한다. 한국 음식을 먹을 때는 한국 술, 일본 음식을 먹을 때는 일본 술, 프랑스 요리를 먹을 때는 프랑스 와인을 마신다."

 - 총리 부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뭔가.

 "남편과 같이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 정상들을 접대할 때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하려고 마음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에 갔을 때 그 나라의 좋은 점을 배우고 돌아와 일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일본인의 총리이기 때문에 남편이 만나지 못하거나 남편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전하는 역할도 한다. 남편이 듣기 싫어하는 얘기도 할 수밖에 없다."

 - 총리에게 하기 힘든 쓴소리를 대신함으로써 '가정 내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원전(原電)이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같은 정치적 이슈로 남편과 다툰 적은 없나.

 "어느 가정이나 조직에서도 모두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정치적 이슈로 남편과 논쟁을 벌이는 일은 거의 없다. 남편은 선거로 뽑힌 총리이고, 나는 아내 자격에 불과하기 때문에 남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남편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전달해 어떤 정책을 바꾸거나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남편에게 전하는 의견 중 한국 얘기도 있나.

 "한국 사람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내가 한국과 관련한 행사에 가는 데 대해서는 남편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편은 나를 지지하고 있다."

 - 총리 부인으로서 가장 힘든 점은?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할 수 없고, 매사에 제약이 따른다는 건 사실 좀 힘든 점이다. 그래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편이다."

 - 총리 부인이라는 공적 입장과 아베 아키에라는 사적 입장을 조화시키는 나름의 원칙이 있나.

 "딱히 원칙 같은 건 없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나를 추구한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공인으로서 처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퍼스트레이디면서 이자카야 운영도 하고, 온라인 토크쇼 진행도 하는 등 개인적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1세기 일본 총리 부인의 새로운 롤모델 아닐까.

 "롤모델이라고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이자카야는 남편이 총리가 되기 전에 준비했던 것이다. 오픈하자마자 총리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다. 예상했다면 가게를 못 열었을 것이다."

 - 정치인으로 아베 총리를 어떻게 평가하나.

 "말이나 행동에 변함이 없고, 정의감이 강하다. 나라의 일을 깊이 생각하는 정치인이다. 또 유권자와 국민을 매우 중시한다."

 - 훌륭한 정치인이란 뜻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남편으로서 아베 총리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다. 80점?(웃음)"

 - 가끔 부부싸움도 하나.

 "거의 안 한다. 내가 막 악악거리며 얘기할 때는 남편이 무시하고, 남편이 화났을 때는 내가 무시한다."

 - 총리라는 자리가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은 자리인데 남편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나.

 "DVD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보고 있는 동안에는 거기에 몰입하기 때문에 다른 일은 잊는 듯하다. 소설책도 읽는다. 소설에 집중함으로써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 아베 총리의 강한 이미지를 아키에 여사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보완해 주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아키에 여사가 아베 총리의 정치적 '비밀병기'라는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략적으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대로 이야기를 할 뿐이다."

 - 총리 부인이 되고 나서 한류 드라마 시청을 중단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예전에도 그렇게 많이 봤던 건 아니다. 지금도 KNTV(일본에서 방영되는 한류 전문 케이블채널)가 집에 들어오고 있다."

 - 혹시 최근에 본 드라마 중 생각나는 게 있나.

 "최근엔 없다. 나는 아직도 '겨울연가'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웃음)"

 - 부산·시모노세키 간 민간교류 행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시모노세키에서 열리는 '리틀 부산 페스티벌'에 매년 간다. 두 도시는 해마다 번갈아가며 어머니 배구단 교류 행사도 하고 있다. 시모노세키 어머니 배구단장 자격으로 재작년 부산에 가기도 했다. 내년에는 시모노세키에서 부산 배구단을 맞을 계획이다."

 - 한국 관련 행사를 한 뒤 SNS에 글을 올리면 악플이 많이 달린다. 그런데도 계속할 생각인가.

 "계속 올리다 보면 사람들이 '원래 저 사람은 저런가 보다' 하지 않을까.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자기들 비판에 영향을 받아 내가 중단하길 바랄지 모르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나쁜 걸 하는 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한·일 간 민간교류 증진을 위한 구상은 없나.

 "아직 머리가 부드러운 아이들 사이에 교류가 많았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한국인은 좋은 사람이다' '일본인은 좋은 사람이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반목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인간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 한국어 선생님은 '일본은 싫어하지만 일본인은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관계가 여러 곳에서 쌓였으면 좋겠다."

 -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과 한국은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닮은 점도 많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많은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의 좋은 점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껴주시면 좋겠다. 지금도 일본엔 한류팬이 많다. 한류팬이 아니더라도 많은 일본인이 한국에 부담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한국인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일 관계뿐 아니라 매사가 다 그렇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아키에 여사는 …   1962년 도쿄 생. 본명 마쓰자키 아키에(松崎昭惠). 모리나가제과 가문 출신. 세이신(聖心)여자전문학교 영문과 졸업. 광고회사 덴쓰 근무. 87년 아베 신조와 결혼. 시모노세키 지역 FM방송 디스크자키. 90대 일본 총리 부인(2006~2007년). 2012년 이자카야 '우즈' 개업, 96대 일본 총리 부인. 슬하에 자녀 없음.

[인터뷰 후기] 정치적 질문은 않기로 …

"안녕하세요. 아베 아키에라고 합니다."

 명함을 건네며 그는 또렷한 한국어로 말했다. 명함 앞면에는 이름과 함께 남편의 선거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의 상징인 간몬교(關門橋)가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남편의 중의원 사무실과 도쿄·시모노세키에 있는 자택 주소와 연락처가 적혀 있다. 남편과 함께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 순방을 마치고 전날 밤늦게 귀국했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그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총리 관저나 사저보다는 그가 운영하는 이자카야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요청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번째로 총리 부인이 된 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에서 열리는 한국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다녀온 뒤에는 소감과 사진을 SNS에 올리는 일도 잊지 않는다. 본지와 인터뷰한 사실도 바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10여 년 전 '겨울연가'를 보고 한류 팬이 돼 한국어까지 배운 그는 지금까지 7번 넘게 한국을 찾았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잡채,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은 재래시장이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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