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메르스 사망자 기저질환 때문이니 문제없다고?

신성식 2015. 6. 1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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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br>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6번(71세, 만성폐쇄성 폐질환/신장 한쪽 절제), 36번(82세, 천식/고혈압)…’.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공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망자 설명자료다. 15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는 16명이다. 이 중 14명은 평소 지병(기저질환)을 앓아온 사람들이다. 2명만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메르스로 숨졌다. 51번, 81번 환자다. 기저질환이 없는 사망자는 12일 처음 나왔다. 51번으로 불리는 72세 여성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기저질환이 있었다.

 보건 당국은 사망자를 발표할 때 확진 순서를 알리는 번호 뒤에 항상 기저질환을 명시했다. 브리핑에서 기저질환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3일 사망자 관련 브리핑의 한 대목.

 “(우리가) 조사한 팩트에 의하면 중환자실·고령, 여러 가지 기저질환 이런 것에 의한 것으로 (숨진 것 같다). 폐렴 내지 패혈증 이런 상황이 종종 오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만 89세라는 고연령, 기저질환을 말씀드려도 되나요. 뇌경색 있고 89세고. 이런 질병이 있는 분이 메르스 아니더라도 통상적으로 중환자실에서 폐렴, 심하면 패혈증이 올 수 있는 상황인 거 같아요.”

 메르스에 걸리더라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가 숨질 뿐이지 멀쩡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 같다. 되도록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주지 않으려는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행간을 뜯어보면 마음 한쪽이 영 편하지 못하다. 병이 있는 사람의 사망은 마치 큰 문제없는 것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70~80세 고령 노인의 목숨의 가치가 젊은이보다 못하다는 게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사망자 16명의 평균 연령은 73.9세. 평균수명보다 약 8년이나 먼저 세상을 떴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김현아 간호사는 첫 사망자(25번 환자)가 숨을 거둔 뒤 그를 한참 바라보며 “낫게 해 드리지 못해 한없이 사죄했다”고 고백했다. 정부 방식대로 하면 25번 환자한테 붙는 수식어는 ‘57세, 천식/고혈압/쿠싱증후군’이다. 기저질환이 가장 많다고 설명하는 듯하다. 메르스 사망자들은 음압병동이라는 ‘듣보잡’ 병실에서 우주복 같은 옷을 입은 의료진을 마지막으로 보면서 눈을 감는다. 가족은 어디에도 없다. 숨지고 나서도 감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24시간 내에 화장로 속으로 들어간다. 술 한잔도 받지 못한 채. 당국이 사망자의 질병이력과 연령을 알리지 않을 수는 없을 터이다. 그렇지만 그걸 강조하는 것은 고인을 욕보이는 것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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