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비계공 임씨의 연금을 건드리지 마라

신성식 2015. 5. 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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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br>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3주 전 새벽 서울의 한 인력시장은 다소 쌀쌀했다. 검게 탄 얼굴, 평균 키 이상의 건장한 체격, 안전화에 작업복 바지와 남방…. 임모(58)씨는 한 시간가량 줄담배를 피웠다. 그를 찾는 데는 없었다. “오늘도 공쳤네.” 불경기는 노동판에서 30여 년 잔뼈가 굵은 베테랑 비계공을 비켜갔다. 결혼을 늦게 한 탓에 대학생 두 자녀 뒷바라지가 힘겹다. 허리 휘도록 일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

 임씨는 빠듯한 살림이지만 국민연금만은 챙긴다. 월 보험료(7만8000원, 월 소득 87만원)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내년까지 부으면 62세부터 60만원가량의 연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면 연금이 25만원에 불과할 것이다.

 소득재분배 기능은 사회보험의 장점이다. 저소득층은 적게 내고 많이 받고, 고소득층은 많이 내고 적게 받는다. 단순하게 계산한 임씨의 소득대체율은 69%(60만원/87만원)다. 반면 보험료를 월 37만원가량 내는 최고소득자는 21%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국민연금 가입자는 월급에서 보험료가 빠져나간다고만 막연히 알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저소득층을 돕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소위 사회적 연대다. 건강보험은 이런 기능이 더 강하다. 저소득자의 월 건보료는 3000원(지역가입자 하한선), 최고는 약 468만원(직장인 상한선)으로 차이가 나지만 건보 혜택은 똑같다. 상한선이 생기기 전인 1999년 한 해 건보료만 1억3000만원을 낸 경우도 있었다.

 73년 도입 논의를 시작할 때부터 소득재분배는 국민연금의 주요한 기능이 됐다. 그런데 이런 사회통합 장치가 분열의 아이콘이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한답시고 여야가 ‘소득대체율 50%’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연금을 둘러싼 갈등이 한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수·학자 178명이 공적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정부 비판에 날을 세웠다.

 정부·여당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야당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소득보장기능 강화를 주장한다. 한쪽 눈을 가린 채.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너무나 중요한 가치인데도 한쪽만 본다. ‘연금 정치’가 엇나가면 통합의 아이콘이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지는지 이번에 똑똑히 봤다. 내년 총선에 연금 공약을 남발하면서 ‘연금 표 계산’이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요새 뉴스를 보면 국민연금 탈퇴하고 싶어”라는 임씨의 넋두리가 현실이 될 것이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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