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바다에서 희망을 발견하기

입력 2014. 7. 15. 03:11 수정 2014. 7. 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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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알렉스 콜빌, 태평양, 1967년

캐나다의 화가 알렉스 콜빌은 일상적인 풍경을 낯설게 만드는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젊은 남자가 유리 창문에 기대어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는 이 그림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콜빌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화가는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화면을 연출했다.

남자의 뒷모습을, 그것도 머리와 발 부분이 잘린 모습으로 그렸다. 그림 속에 두 개의 공간, 창밖 풍경과 실내 정경이 동시에 보이는 독특한 구도를 선택했다. 나무탁자 위에 놓인 권총이 그림의 주인공이 되도록 화면을 파격적으로 구성했다.

화가의 뜻을 좇아 새로움이라는 렌즈를 끼고 그림을 바라보면 궁금증이 생겨난다. 여름바다와 살상무기인 권총을 결합한 의도는 무엇일까? 젊은 남자는 수사관일까? 냉혹한 킬러일까? 혹은 바다를 자살 장소로 선택한 불행한 남자일지도.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남자는 희망의 바다에서 평화와 안식을 구하고 있다. 남자의 몸은 바다를 향하는데 권총의 총구는 바다와 반대 방향으로 놓여 있으니 말이다.

얀 마르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년 파이는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전깃불을 밝힌 것 같은 오렌지 빛의 해가 수평선 위로 올라올 때 첫 햇살과 함께 내 안에서 희망이 살아났다…. 나는 밤을 이기고 살아났다. 오늘은 구조될 거야라는 생각이, 그런 말이 마음속에서 솟아나 희망의 원천이 되었다…. 단아한 선을 분명히 드러내는 수평선을 간절히 바라보았다. 다시 날이 밝았고 사방이 똑똑히 보였다.'

휴가철을 맞아 바다로 피서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곳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배워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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