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테크놀로지] 송전탑·변전소 사라져라 얍.. 초전도 케이블의 마술

이길성 기자 2015. 6. 16.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력손실 구리선의 20분의 1 '꿈의 전력선' 이르면 올가을 상용화] 발전소서 집까지 처음 전기 그대로.. 도중 전압 높이고 낮출 필요없게돼 年 1조2000억 새는 전기 잡는 효과.. 獨공업도시 에센, 작년 세계 첫 도입

각국의 전력 회사들은 손실이 없는 이상적인 송전(送電)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그런 꿈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형 기술이 바로 초전도(超電導·superconductivity) 현상을 응용한 방식이다. 초전도란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전선에 한 번 흘린 전기가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흐르는 현상을 말한다. 전류의 흐름을 막는 고유의 전기저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하 273도(절대영도)에서는 어떤 물질이라도 초전도 상태가 되고, 특수한 금속이나 세라믹은 그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서도 전기저항이 거의 사라진다. 이를 송전 분야에 도입해 전력 손실을 기존 케이블의 수십분의 1로 낮춘 것이 초전도 케이블이다.

현재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電力)은 도시의 각 가정과 사무실, 공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율이 열 에너지 등의 형태로 사라진다.

지구촌 제일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은 한 해 발전량의 6%, 즉 2억5000만메가와트(MW)가 송전 과정에서 사라진다. 돈으로 환산하면 20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전력망이 촘촘하고 효율적으로 짜여 있는 우리나라도 매년 1조2000억원에 가까운 전력 손실이 발생한다. 일본에서도 매년 원자력 발전소 7기분의 전력이 허공 혹은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초전도 송전은 현재 세계 전력업계의 최대 고민인 송전 손실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초전도 케이블의 핵심 재료는 초전도 물질로 만든 전선, 그리고 이를 극저온 상태로 유지해주는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 이 둘을 케이블의 형태로 유지해주는 구리심이다. 초전도 효과가 가장 높은 것은 액체헬륨(영하 269도)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 면에서 액체질소를 사용한다.

초전도 케이블을 사용하면 현재와 같은 초고압 송전이 필요 없어진다. 현재의 전력 회사들은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십만 볼트(v)의 초고압으로 보낸다. 각 가정과 사무실, 공장에서는 이 전기를 바로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적정한 전압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변전소(變電所)들이 도심 곳곳에 들어서 있다.

초전도 케이블은 전력 손실이 구리선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훨씬 낮은 전압으로도 5배(교류)~10배(직류)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다. 초고압이 필요 없으니 궁극적으로는 변전소가 사라지게 된다. 또 송전 거리가 멀어져도 전력 손실이 적기 때문에 국경을 넘어 대륙 간 송전도 가능해진다. 한 회선당 송전량이 많아지므로 전력선을 매설하는 데 드는 공간과 비용도 크게 절약된다.

초전도 케이블을 이용한 송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2개국 20여개 도시에서 '미래 전력선'인 초전도 케이블을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독일 서부의 공업도시 에센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1㎞ 거리의 도심 변전소 2곳을 초전도 케이블로 연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LS전선이 2004년 세계에서 넷째로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했다. LS전선은 현재 제주도에 초전도 케이블과 부속자재·냉각시스템 등을 설치하고 한국전력과 공동으로 상용화를 위한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르면 올가을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지역에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독일에 이어 둘째로 상용 초전도 케이블을 도입할 예정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