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화요일] 뇌 비밀 푼다, 광유전학

김한별 2014. 9. 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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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기억 조작 .. 전기충격 악몽을 데이트 추억으로생쥐 뇌에 광섬유 꽂아 빛으로 자극 나쁜 감정 저장된 신경세포 조절 암컷과 보낸 기억으로 바꾸기 성공

"뇌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단순했다면 우리는 너무 단순해서 뇌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08년 사망한 과학저술가 라이얼 왓슨이 남긴 유명한 역설이다. 하지만 이런 왓슨의 얘기를 무색하게 만드는 뇌 연구 성과가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상당수가 빛을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뇌 연구에 새로운 '서광(曙光)'을 비추고 있는 광(光)유전학 기술을 소개한다.

 지난달 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생쥐 뇌에 빛을 쪼여 기억을 바꿔치기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전기충격을 당했던 '나쁜 기억'을 이성(異性)과 어울린 '좋은 기억'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198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미국 MIT대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이 연구팀은 1년 전 또 다른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생쥐 뇌에 '가짜 기억'을 심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중앙일보 2013년 7월 26일자 8면> 둘 다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한 연구 결과였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이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결합한 용어다. 이름 그대로 빛과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뇌 신경세포(뉴런)의 활동을 조절하는 신기술이다.

 뉴런은 전기 신호를 매개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세포 안팎의 전압 차(막전위·膜電位)로 생긴 전류가 뉴런을 자극하면 활성화된 뉴런이 이웃한 뉴런에 화학적 신호(신경전달물질)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뉴런의 이런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법을 찾으면 뇌 신경회로를 맘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 '스위치'를 물에 사는 조류(藻類)에서 찾아냈다. 조류 중에는 빛이 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광성(走光性)을 갖는 종이 꽤 많다. 빛을 감지하면 세포에 전류를 흘려 '이동 신호'를 보내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을 뉴런에 옮겨 심으면 빛으로 뉴런을 깨우고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였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칼 디서로스 교수가 처음 이를 현실화했다. 그는 한 단세포 녹조류에서 추출한 '채널로돕신2'란 단백질을 실험 배양한 포유류 뉴런에 심었다. 이어 빛을 쬐자 뉴런이 활성화됐다. 2007년 듀크대 조지 어거스틴 교수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가진 생쥐를 만들었다. 실제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의 신경회로를 조작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도네가와 교수팀도 이렇게 만들어진 생쥐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생쥐 뇌에 광섬유를 꽂아 특정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을 자극해 애초 기억 위에 다른 기억을 덧씌운 것이다.

 이런 광유전학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정밀한 '회로도'가 필요하다. 뉴런과 뉴런이 어떻게 연결돼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빛으로 조정할 대상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뉴런은 20㎚(1㎚=10억분의 1m) 간격의 시냅스로 연결된다. 병원에서 쓰는 fMRI는 해상도가 떨어져 이를 들여다보지 못한다. 최근 미국·유럽에서 고해상도 뇌 지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죽은 뇌'를 쓴다. 그 때문에 실제 '살아 있는 뇌'가 기능하는 모습을 '라이브'로 보여주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한 '제3의 뇌지도'를 만드는 데도 광유전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선 한국이 앞서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09년 광유전학으로 시냅스 연결을 연구하는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을 만들고, 세계 최초로 광유전형질 생쥐를 만든 어거스틴 박사에게 단장을 맡겼다.

 연구단의 김진현 박사는 2012년 녹색형광단백질(GFP)을 이용한 신경망 지도 제작 기술(mGRASP)을 개발했다. GFP는 반으로 쪼개면 빛을 잃지만 둘이 서로 가까워지면 다시 빛을 낸다. 이를 이용해 형광빛을 기준으로 시냅스로 연결된 뉴런을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같은 연구단의 브래들리 베이커 박사는 최근 전압 변화에 따라 빛이 달라지는 형광단백질 두 종류를 찾아냈다. 각각 한국어로 '봉우리' '파도'란 이름을 붙였다. 이 단백질을 뉴런에 붙이면 세포막 전압 변화에 따라 신경신호를 '릴레이'하는 뉴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베이커 박사는 "저명 신경과학 저널인 '뉴로사이언스'에 봉우리 연구논문을 투고해 최근 게재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광유전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파킨슨·알츠하이머 같은 뇌 질환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의 이창준 부단장은 "광유전학의 놀라운 발전 속도로 볼 때 10년 후에는 뇌의 인지기능 지도가 나오고 임상치료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광센서' 유전자를 동물에 심는 데는 바이러스가 쓰인다. 유전공학 기술로 독성을 없앤다지만 사람에게 쓰자면 확실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뇌에 빛을 쬐려면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광섬유를 꽂아야 한다. 환자가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부단장은 "최근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란 안전한 벡터(유전자 수송용 바이러스)가 개발됐다. 광섬유가 불편하다지만 이미 파킨슨병 치료에 그보다 훨씬 큰 전극이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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