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황금연휴 고민

입력 2016. 5. 4. 17:30 수정 2016. 5. 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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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6일이 임시공휴일로 정해지자 일각에선 즉흥적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최소 한두 달 전에 결정했어야 놀 계획을 세우고, 어디 예약이라도 할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일견 그럴 듯도 했다. 하지만 추가로 노는 날까지 미리 정해두면 황금연휴 나흘 동안 모두 국내에 있을까. 또 한 번 인천공항만 북적대진 않았을까. 정부의 의도는 국내 소비 확충, 즉 내수를 조금이라도 살리자는 것이었다. 물론 임시휴일이 겉으로 드러난 대로 상공회의소가 임박해 건의한 것인지, 정부의 ‘배후조종’인지부터 확실치도 않지만….

갑자기 나흘의 보너스를 접한 직장인들 고민이 만만찮게 됐다. 요령 좋은 이들은 벌써 4, 9일까지 연차휴가로 선점했을지도 모른다. 어디로? 교통과 숙박은 어떻게? 맛집탐방은 어디를? 그래도 여기까지는 즐거운 고민이다.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을 바라보면 얇은 지갑이 펑크날 판이다. 애들도 선물이라면 “신형 스마트폰!”이라는 시대다. 더구나 고령화 세상, ‘양가부모구존(兩家父母俱存)시대’다. 부모님들 선호선물 1위가 현금이 된 지도 오래다. 계절의 여왕이 아니라 무서운 5월이요, 황금연휴는커녕 고민의 연휴가 될 판이다.

안 그래도 5월엔 이런저런 기념일이 많다. 1일 근로자의 날을 거쳐 14일 석가탄신일도 이틀 쉰다. 15, 16일 스승의 날과 성년의 날이 나란히 붙어 있다. 가정의 달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부부의 날(21일)도 어쩌자고 토요일이다. 5·18도 있고, 31일 바다의 날까지 이런저런 기념일이 무려 13일이다. 그만큼 챙길 데도 많아졌다. 정부나 경제단체가 권유하지 않아도 돈을 쓰게 돼 있다.

5월 초는 우리만 노는 것도 아니다. 중국도 노동절 공식 연휴는 1~3일이지만 앞뒤로 하루이틀 정도는 더 쉰다. 그래서 이번주 유커들이 몰려든다. 일본도 5월 첫주는 기념일과 공휴일이 몰린 황금주간이다. 집 토끼 잡으랴, 산 토끼 유혹하랴 대목 살리기로 서비스업계가 정신없게 됐다.

집 나서면 길 막히고 불편도 각오해야 한다. 그래도 인파가 북적여야 노는 분위기도 나고, 막히는 차안에서 떠드는 맛에 나들이한다는 적극파도 적지 않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바깥바람도 좀 쐬어야 집안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가정도 많다. 돈이 들어도 노는 게 좋고, 조금은 불편해도 돌아다니는 게 연휴의 맛이다. 6일엔 고속도로·민자도로도 다 공짜요, 연휴기간 문화시설도 무료 개방이라는데 집에만 있을 수야 있나. ‘황금연휴의 고민’까지 즐기며 내수에도 기여 좀 해보자.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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