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카스트 제도와 역차별

입력 2015. 8. 28. 18:01 수정 2015. 8. 2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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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인도 서부의 경제 중심지 구자라트주(州)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고향이다. 그가 2001년부터 12년간 주 총리를 지낸 곳이기도 하다. 연평균 성장률이 인도 전체의 두 배인 13.4%나 돼 ‘구자라트 발전 모델’로 찬사를 받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시민 50여만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엊그제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지는 바람에 군병력이 동원됐고, 사상자가 벌써 100명을 넘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카스트 폭동’이라고 부른다. 카스트 제도는 인도인의 지위를 승려 계급인 브라만, 군인·통치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 계급인 바이샤, 천민 계급인 수드라의 4계급으로 구분한다. 이 안에는 다시 성(姓)과 직업 등에 따라 3000여개의 하위 카스트가 있다. 여기에 포함되지도 못하는 최하층민 달리트(불가촉천민)도 있다. 간디 등은 최하층민을 ‘신의 자식’이라며 보호에 앞장섰다. 지금도 공무원 채용이나 대학 입학, 취업 때 높은 비율을 배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나친 하층민 우대와 중산층 역차별 현상이다. 시위 주축 세력은 3000여개 카스트 중 ‘파텔’이라는 성을 쓰는 계급으로, 자영농·상공인들이다. 구자라트주의 6300만 인구 중 20%를 차지한다. 이들은 정부가 하층 카스트에 할당하는 입시·취업 비율이 너무 높아 자신들의 일자리와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구자라트주가 하층 카스트에 할당하는 공무원 비율이 50%나 되니 그럴 만도 하다. 의대 진학에 실패한 청년은 “입학시험에서 90점을 얻고도 탈락했는데 할당제 적용 학생은 70점인데도 합격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따라서 자신들도 할당 대상에 포함시켜주든가 아니면 기회의 공정성을 위해 하층민 할당제를 아예 없애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인근 주에서도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카스트들이 동조 시위를 벌이는 등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다. 모디 총리가 “폭력만은 안 된다”며 만류해도 별로 소용이 없다. 이번 기회에 헌법의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하층민을 위한 공약 경쟁을 벌인 탓이라는 것이다. 투표를 앞두고 정부가 특정 계층을 할당제 대상으로 편입시켜주는 등 선심 정책을 펼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스트 제도의 원래 목적은 사람을 계급 순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각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분업에 있었다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질됐을까. 선의의 이름으로 포장한 포퓰리즘의 슬픈 결과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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