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REPORT] 트럼프가 바꾼 美 정치 지형..'공화 對 민주' 지역·계층·이념 경계 무너져

이진명 2016. 5. 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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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미국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로 이어지면서 미국 정치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 같은 변화가 트럼프로 인해 촉발됐지만 트럼프의 등장 이전부터 유권자의 의중에 잠재해 있던 것이므로, 향후 트럼프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고착화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변화는 지역구도다. 공화당의 정강 정책을 따르지도 않을 뿐더러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온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공화당을 대표하는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역 ‘텃밭’이 무의미해졌다.

대표적으로 미시간·미네소타·오하이오 등 미국의 북부 공업지역을 들 수 있다. 노조 득세로 진보 성향이 강했던 이들 지역은 민주당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가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공화당과 달리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찾아오겠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에게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반면 전통적 보수 지역인 미국 남부 유권자들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타고 있다. 애리조나·텍사스 등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탓에 히스패닉 인구가 증가했다. 이들 히스패닉 인구는 이민자에게 관대한 민주당을 지지한다. 결정적으로 트럼프가 히스패닉을 범죄자로 간주하는 ‘막말’을 거듭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대다수 히스패닉은 공화당에 등을 돌렸다.

‘공화당=보수, 민주당=진보’라는 전형적인 구분도 모호해졌다. 기업인 출신으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트럼프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면서 이념과 상관없는 공약을 추구하고 있는 탓이다.

▶트럼프 감세 재정적자 심화 우려도

전통 보수 남부, 민주당으로 돌아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기치인 자유무역을 부정하고 보호무역으로 회귀할 것을 촉구한다. 또 민주당 지지층을 잠식하기 위해 부자 증세 공약도 내놨다. 최근에는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성 소수자 차별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동성애자 등 성 소수자 보호는 민주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며, 공화당은 이를 반대해왔는데 트럼프가 이를 뒤엎은 것이다.

지지계층에서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부유층과 대기업은 공화당을, 서민과 중소기업은 민주당을 지지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여성 비하 발언을 내뱉고 불법 이민자 추방과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등 과격한 이민자 배척 성향을 보이면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승부는 성(性) 대결, 인종 대결 양상으로 변모했다. 남성과 백인은 트럼프를, 여성과 유색인종은 힐러리를 지지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한편 트럼프가 내세우는 경제 공약들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전면적인 감세 공약은 세수를 감소시켜 가뜩이나 적지 않은 미국 재정적자를 더 키우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복지정책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과 멕시코에 대해 3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인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도, 상대 국가의 보복관세로 인해 미국 제품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저가 제품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이 훨씬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또 미국 국채 일부를 상환하지 않겠다는 구상은 미국 국채의 70%를 미국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국인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letsw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8호 (2016.05.18~05.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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