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GDP와 삶의 질
한국은행이 작년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3.2%를 며칠 전 2.8%로 내렸다.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GDP)의 연간 신장률로서 작년 GDP와 비교하여 올해 GDP가 얼마 증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흔히 한 나라가 잘살고 못사는지를 알아보는 데 사용되는 지표 GDP는 한 나라에서 1년 동안 생산된 모든 물건과 서비스의 화폐적 가치를 모두 더한 값이다.
생산물의 화폐적 가치는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최종 가격으로 결정되며, 시장을 통해서만 거래된 생산물을 대상으로 삼기에 시장을 거치지 않고 거래된 것은 GDP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한 GDP란 생산물이 지닌 의미가 좋든 나쁘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시장에서 지불된 돈의 총합으로 계산된다.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해 대기 질을 오염시켜도 정유사가 가공 판매한 석유, 휘발유, 디젤의 가치만큼 GDP는 증가한다. 대기오염으로 호흡기 질환과 안구 질환이 증가해도 마스크 판매량이 늘고 의료비가 증가하면 GDP는 상승한다. 사회범죄가 증가해 전기충격기와 개인용 호신기가 많이 소비되어도 GDP는 올라간다. 국민 건강을 해치는 소주와 담배의 생산량이 늘고 시장 소비가 배가되면 GDP는 성장한다. 이렇듯 GDP 증가는 생산물 판매의 증가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GDP의 수준이 높다고 국민 생활과 삶의 질이 높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주부의 가사활동 가치는 물론 무한가치를 지닌 자연의 다양한 생태적 서비스 가치 역시 GDP 계산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GDP를 올리기 위해서는 숲을 밀어내고 산과 해안을 개발하면 된다. 한 나라의 부의 수준을 가늠하는 GDP는 이렇듯 사회적 가치나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시장에서 거래된 생산물의 가치로만 결정되는 한계를 지닌다.
대안 경제학자 앤더슨은 “GDP 지표에만 의존하는 국가 경영은 특정 계기판 하나에만 의존하여 점보여객기를 조종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GDP 기반의 경제성장률에 집착해 무리한 개발로 우리의 산하가 고통 받지 않기를,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듯 우리 삶의 질이 환경과 복지의 강화로 증진되길 바란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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