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정보, 소통 그리고 향기
꽃은 대부분 저마다의 꽃말과 독특한 냄새를 지닌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꽃이 지닌 향기에 대해 ‘내음’이라는 문학적인 표현을 담기도 하지만 자연에서 꽃의 향기는 이러한 여유로움보다는 생존과 종족 유지를 위한 본질적 수단으로 사용된다. 다른 생물을 통해 수정, 번식하는 전략으로 진화된 식물종에 있어 특정한 향기는 꽃가루 매개자를 유혹하는 중요한 정보의 단초를 제공한다. 벌류에 의해 수분이 되는 식물들은 달콤한 향을, 딱정벌레류를 유인하는 종은 곰팡이 냄새 혹은 강한 과일향을 발산하는 꽃을 피운다.
자연계에서의 냄새가 식물에 한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동물도 체외로 방출하는 화학물질 ‘페로몬’을 지니고 있다. 체외로 방출되어 공기 중에 확산되는 이 물질은 같은 종류의 개체들 간 정보 전달에 사용되는 신호자극의 한 종류이다. 많은 곤충류와 포유류의 암컷은 성적 유혹의 수단으로서 성 페로몬을 분비하고 이를 통해 번식한다. 페로몬은 배우자를 찾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보 전달에도 쓰인다. 꿀벌의 집합 페로몬, 개미의 길 안내 페로몬, 포유류의 텃세권 표지에 쓰이는 페로몬 등이 바로 그 예이다.
자연계에는 다른 종 개체에 특정한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물질 또는 냄새가 있다. 이를 ‘이종감응물질’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3종류가 있다. 자신에겐 이익이 되고 다른 종 상대에게는 부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물질(스컹크의 방귀, 은행열매의 냄새)인 알로몬,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고 상대종 개체에겐 이익이 되는 물질(식물과 초식성 동물, 숙주와 기생자 간에 작용하는 물질)인 카이로몬, 그리고 양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화학물질(수분매개자를 유인하는 꽃향기) 시노몬이 그것이다.
이 같이 자연계에는 다양한 냄새를 통해 동일한 종내 개체 간 혹은 이종 간 의사를 소통하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고유한 냄새로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그들의 냄새에는 최소한 가식은 없다. 물질주의에 빠져 세상 속에서 자신만의 솔직한 모습과 향기로 소통하기 어려운 우리 삶. 여름 끝자락 퍼붓는 빗줄기에 우리 몸에 배인 가식의 냄새가 말끔히 씻겨나갔으면 좋겠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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