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우물

입력 2015. 5. 23. 00:05 수정 2015. 5. 2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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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이전 우리는 어느 마을이나 공동우물을 지니고 있었고 그곳에는 정감 있는 삶과 평등한 공유가 있었다. 극심한 가뭄에도 고갈되지 않는 맑은 음용수를 지니고 있던 나라, 그것이 우리 과거 모습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근대화의 바람에 우물 문화는 사라졌고, 이제 농어촌 대부분 가정도 상수도 혜택을 받아 부족함 없이 음용수를 얻는다. 그렇다고 해서 물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유엔과 OECD는 우리나라를 물 부족,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볼 때 맑은 음용수 확보 문제는 그 심각성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월드워치연구소는 "물 희소성은 우리 시대 지구 환경에 있어 가장 피하고 싶은 도전"이라 언급한 바 있다. 지구상 물의 양은 일정한데 무슨 까닭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산업화에 따른 지표수 오염과 무역제품에 포함된 물(가상수) 교역 증가가 그 원인이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 지구적 고민은 물 사용에 있어 나타나는 불평등 현상의 심화이다.

선진 북미의 경우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600ℓ에 이르는데 반해 빈곤국 아프리카는 6ℓ에 불과하다. 또한 선진국 신생아 물 사용량은 빈곤국 신생아 사용량의 50∼70배에 이른다. 지구 차원에서 물 평등권의 심각한 격차 해소와 물 부족으로 고통 받는 약 14억 인구에게 보편적 물 공급이라는 의무가 인류에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강의 약 80%는 오염이 심화되어 많은 여성들이 깨끗한 물을 찾아 먼 거리를 헤맨다. 이 여성들이 하루 동안 물을 길러 다니는 거리를 합하면 지구에서 달까지 무려 16번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와 맞먹는다.

물을 재화로 보는 물 기업들의 상업적 행위로 인해 많은 개도국에서 인류의 보편적 물 접근성이 제약받고 분쟁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은 공공재이며 평등한 접근권은 인간의 기본권이다. 국가의 관련 정책은 이를 보호함을 근간으로 그 방향성이 설정되어야 한다. 단지 물을 얻기 위해 연못에 가는 것이 아니고 기다리는 친구들과 꿈이 있어서 가는 것이라는 아프리카 지역의 격언을 접하며, 목마른 초여름 우리 공동체 문화가 깃든 우물을 되새겨본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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