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겨울나기
굳이 '개미와 베짱이' 동화를 언급 않더라도 풍족한 시기에 힘겨울 미래를 준비해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춥고 견디기 힘든 시기가 어찌 겨울뿐일까. 나서 죽는 한살이 과정에서 모든 생명체는 힘든 시기를 겪는다. 자연계 생명체에 있어 가장 힘든 일은 겨울나기일 것이다. 고통스러운 계절을 견디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전략은 하등한 생물로부터 고등한 동물에 걸쳐 다양하게 구사된다.
힘든 계절을 극복하는 가장 일반적인 생존전략은 비축이다. 꿀벌이 부지런히 꽃을 찾아 그토록 헤매는 것도, 다람쥐가 볼이 터져라 도토리를 입에 담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창고를 갖지 않는 생물종은 자기 몸에 지방 형태의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다른 전략은 휴면이다. 환경 여건이 어려울 때는 발생과정 중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생장을 멈추는 방법(diapause)과 신진대사를 극소화하며 잠(동면·하면)을 자는 방법(dormancy)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식물 씨앗이나 곤충류 번데기의 휴면이 해당되며, 후자는 곰이나 개구리 등이 성체가 된 후 구사하는 방법이 예이다.
또 다른 전략은 집단화이다. 기후가 좋을 때에는 집단생활을 하지 않다가 환경이 열악해지면 무리를 지어 겨울을 이겨내는 전략은 뱀과 무당벌레 등 변온동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식물체와 고등동물은 옷 갈아입기 전략을 구사한다. 겨울이 되어 잎을 떨구는 것이나 털갈이를 통해 겨울옷을 챙기는 방법이다. 철새류와 같이 운동성이 큰 동물은 보다 나은 환경을 지닌 곳으로 이주하는 방식을 취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놀라운 전략은 하등한 곤충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슈퍼쿨링'(과냉각) 기작이다. 이 기작은 추운 겨울 체액이 어는 점 이하에서도 동결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영하 20도에도 얼지 않도록 부동액 역할을 하는 물질을 세포 사이로 분비해 혹한의 겨울을 극복하는 것은 월동곤충이 지닌 특이 전략이다.
일생 중 노년기를 겨울에 비유한다면 만추가 되기 전 삶의 겨울나기 준비를 마쳐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최근 겪는 연금 관련 논란을 보며 비축 전략도, 서로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집단화 전략도 없는 인생의 겨울나기가 될까 걱정스럽다.
노태호(KE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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