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자연의 순리, 절기

2015. 5. 9.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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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시소는 재미가 없다. 오르고 내리며 반복적으로 기우는 변화에 온몸의 신경과 근육이 반응하며 아이들은 흥미를 느낀다. 지구가 약 23.5도 기운 자전축을 갖고 태양의 주변을 공전함으로써 사계절의 역동성이 나타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라 볼 수 있다. 지구가 기운 상태에서 태양 주변을 돌기에 지구에서 바라본 태양의 궤도는 적도와 자전축만큼 기울어져 나타나는데 이를 황도라 한다.

1월 초 소한을 시작으로 매년 우리는 24절기를 맞이한다. 한자음을 빌려 쓰는 덕에 절기를 음력에 기초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절기는 태양력에 기초한 계절과 기후의 표준점들이다. 절기는 황도를 24등분하여 태양의 기운을 24개의 마디로 나누어 각각에 명칭을 부여한 것으로 중국 주나라 시대 황하유역 기후에 맞게 만들진 후, 우리나라에는 고려시대 도입되어 농사력으로 활용되었다. 사계절을 보이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는 계절별로 6개의 절기, 월별로는 2개의 절기를 갖는다. 따라서 절기는 매월 6일과 21일을 전후하여 15일 간격으로 나타난다.

황도와 적도가 만나는 춘분을 0도로 하여 90도에 이르는 시기가 하지이고, 180도는 추분, 270도가 되는 시기가 동지가 된다. 이 절기들은 계절별 6개의 절기 중 4번째에 나타나고 계절의 정점시기를 이룬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을 지나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며 하지에 이르러 낮의 길이가 최장에 이른다. 이후 낮의 길이는 다시 짧아져 추분에 다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고 동지에 가장 긴 밤을 맞이하게 된다. 며칠 전 입하가 지났으니 곧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소만이 다가온다.

음력을 사용했던 과거 우리 농경사회는 서양의 7일 주기와 달리 달의 변화 주기인 보름(15일)을 생활주기로 삼았다. 그런 상황에도 태양의 움직임을 고려해 농사력의 일환으로 사용한 지혜는 경외스럽다. 기울어진 자전축을 지니고 태양 주변을 공전함으로써 변화하나 늘 한결같이 순환되는 자연의 순리를 담은 절기. '소만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혹시 지금 우리 사회에 부는 바람이 사회적 약자에겐 너무 쌀쌀한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노태호(KE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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