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가 운전 중 폭력성에 휩싸일 때

김형경 2015. 8.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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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br>소설가

처음 운전을 시작했던 삼십대 중반쯤 경험이다. 급한 용무가 있어 국도를 규정 속도보다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몇 대의 차량을 추월했다. 그때 방금 지나친 차량 중 한 대가 갑자기 가속페달을 밟으며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차는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기어이 나를 추월해 지나갔고, 곁을 지나칠 때는 차창을 내리고 분노에 찬 시선을 쏘아보냈다. 그 차가 따라온다는 사실을 인식한 순간 나는 이미 속도를 늦춘 상태였다. 여자에게 추월당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 하는 남성 운전자를 처음 경험한 이후 도로에서 도발해오는 그런 이들을 만나면 무조건 양보한다.

도로 위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방영되는 짧은 동영상들을 보면 틀림없이 가해자가 미친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로 오토바이를 밀어버리거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들이받는 행위는 명백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된 듯 보인다. 하지만 동영상에 생략돼 있는 이전 과정을 유추해보면 가해자가 ‘꼭지가 돌 때까지’ 진행돼온 피해자와의 공격적 상호 작용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둘 중 한쪽이라도 분노의 경쟁에서 물러났다면 끔찍한 사고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도로 위 폭력을 이야기할 때 주로 가해 운전자의 분노 조절 장애를 언급한다. 하지만 분노 조절 문제 이전에 두 운전자 사이에서 작용해온 경쟁심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타인의 차량이 진로를 방해하거나, 앞으로 끼어들거나, 추월하는 것조차 참을 수 없어 하는 감정은 경쟁심이다. 그 경쟁에서 결코 양보하거나 물러날 줄 모르는 감정은 나르시시즘이다. 자존심, ‘핵존심’ 등으로 표현되는 그 나르시시즘은 실은 열등감의 뒷면이라는 게 심리적 진실이다. 경쟁, 공격, 편협 등은 내면이 약한 자들의 특성이다. 외부에서 작은 자극만 가해져도 내면에서 큰 혼란을 경험하면서 과잉되게 반응한다. 도로 위 폭력 사건에는 양측 운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을 거라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마지막에 한 숟가락만큼 더 분노한 사람이 재수 없게 가해자가 될 뿐이다.

이즈음, 여성들을 만나면 물어보았다. 운전 중 도발해오는 남자 운전자를 만나면 어떻게 하는지. 여성들은 모두 “피한다”고 답했다. “더러워서 피한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무서워서 피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양보, 겸손, 관용은 마음이 강한 자들의 미덕이다. 경쟁에서 지거나 모욕을 당해도 마음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특성이다. 물론 여자가 더 겸손, 관대하다는 뜻은 아니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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