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남자의 결혼반지에 담긴 기능

김형경 2015. 6. 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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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br>소설가

중년의 싱글인 그 여성은 왼쪽 약지에 결혼반지를 끼고 다닌다. 반지를 끼기 전에는 가상 시나리오를 사용했다. 오가며 만나는 남자들이 프라이버시를 뚫고 들어오는 질문을 내밀 때 멋진 남편, 사랑스러운 자녀와 행복한 결혼 생활 중이라는 소설을 들려주었다. 싱글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초래되는 번거로움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결혼반지는 효과가 더욱 커서 불필요한 질문 자체를 차단해주더라고 한다.

 남자에게도 결혼반지에 대한 특별한 자의식이 있어 보인다. 출장길에 빼놓고 가고 싶은 것, 아내의 종용에 마지못해 끼는 것, 매혹적인 여자 앞에서 슬그머니 빼어 주머니에 넣었다가 잃어버리기도 하는 것. 그리하여 여자들도 남자의 결혼반지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결혼반지를 낀 남자는 성실한 가장일 것이라는 편견, 결혼반지를 끼지 않는 남자는 모든 여자에게 자기를 열어두고자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짐 콘웨이의 저서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은 남자의 중년 위기를 탐구한 책이다. 남자들이 35세부터 55세 사이에 맞이하는 우울감·좌절감은 신체적 늙음의 징후를 받아들일 수 없는 데서 비롯된다. 심리적으로는 그동안 애쓴 삶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공허감을 맞는다. 중년의 가장은 한밤중에 깨어 생각에 잠긴다. “나는 돈 벌어다 주는 기계인가.” 온 가족이 자기를 사용하면서도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럴 때 중년 남자가 손쉽게 찾아내는 해법이 외도이다. 외도는 신체적 늙음과 심리적 허망함이 한순간에 회복되는 듯한 기적을 맛보게 한다.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삶에 보상을 받는 것 같다.

 “결혼반지는 부부 관계에 시련이 닥쳤을 때 위력을 발휘한다. 아내와 다툰 뒤 문득 반지에 눈길이 가면서 분노가 사라지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반지는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은 효능이 있다.” 미국 작가 에릭 락스의 글이다. 결혼반지를 보면서 저런 자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짐 콘웨이는 외도하는 남자들이 그 일을 중단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의무나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외도의 만족감이 줄어들고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원인이 될 때 거기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심리학자들은 중년의 위기란 곧 삶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라고 말한다. 그것은 성장기에 만들어 가진 후 점검 없이 사용해온 생존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찾아온다. 나이에 적합한 삶의 도구와 비전을 새롭게 확보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라고 한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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