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Better Half'..게놈은 알고 있다

정종오 2015. 7. 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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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대학 연구팀 "유전적 차이 나는 두 사람 만나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배우자를 영어로는 어떻게 부를까요? 허니(Honey)? 달링(Darling)? 이것도 아니면 베이비(Baby)?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배우자를 부르는 호칭은 다를 수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누구나 자신의 반쪽을 이야기할 때 쓰는 영어 단어 중 자주 쓰는 것으로 '더 나은 반쪽(Better Half)'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자신과 다른 모습, 자신과 다른 성격, 자신과 차별화되는 그 무엇이 있다는 거죠. 이 모든 것을 담아 'Better Half'라고 표현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에 최근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원인 중 가장 으뜸은 '성격 차이' 인데요. 성격이 너무 달라 살 수 없으니 이제 헤어지겠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Better Half'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혼의 이유가 됩니다. 성격이 달라 같이 사는 것인데 오히려 성격이 달라 헤어지겠다고 하는 것이니 참 아이러니한 것이죠.

◆'더 나은 반쪽'을 만난다는 것=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같이 살게 되면 후세대가 태어나게 됩니다.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키가 크고 스마트한 아이를 원한다면 가능한 이국적 낯선 이와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끕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삶을 유지하면서 다른 이들과 서로 '섞임'을 통해 후손을 유지해 왔습니다.

때론 가까운 친족과 결혼하기도 했죠.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근친결혼보다 친족 관계가 전혀 없고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이들이 결혼했을 때 낳은 아이가 평균적으로 더 스마트하고 더 똑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물과 동물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통해 생물학자들은 근친결혼이 아니라 다른 종족과 혹은 친족 관계가 아닌 결혼이 유전적 장점을 지닌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짐 윌슨 박사는 "서로 다른 조상으로부터 나온 인류는 키가 훨씬 더 컸고 인지 능력도 뛰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근친결혼의 비극=근친결혼을 했을 때 태어나는 아이들은 유전적 질병의 고통에 시달린다는 학설은 학계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입니다. 근친일수록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안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아미시(Amish) 특정 종교 집단에서 확인된 사실인데요. 아미시 종교 집단은 그들만의 울타리를 갖추고 몇 백 년 동안 근친결혼을 해 왔다고 합니다.

이후 여러 연구팀이 살펴본 결과 아미시 집단에서 유전병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여러 연구팀이 살펴본 결과 아미시 집단에서 유전병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진화론자인 찰스 다윈도 사촌과 결혼했었죠. 다윈은 아이를 낳은 뒤 고민에 빠졌습니다.

◆35만 명의 110개 게놈 연구=짐 윌슨 박사가 연구한 데이터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북미 등 35만 명이 포함된 110개의 유전체 종합(게놈)에서 그 근거를 찾았습니다. 윌슨 연구팀이 이를 통해 집중 분석한 것이죠.

여기서 윌슨 연구팀은 두 가지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우선 근친결혼이라 하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당뇨 비율 등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습니다. 심각한 심혈관 질환에 있어서는 근친결혼에서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습니다. 신장과 간 기능, 인지와 학습 능력에 이르면 근친결혼과 그렇지 않은 경우 뚜렷한 차이점이 나타난 겁니다. 연구 결과 근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평균 1.2㎝ 작았습니다. 나아가 근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결혼의 사례보다 10개월 정도 교육 정도가 뒤처졌다고 합니다.

◆환경적 영향도 있다=윌슨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유전적 차이가 있는 쌍이 만나야 건강한 아이는 물론 똑똑하고 키가 큰 아이를 낳는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윌슨 연구팀은 "유전적 원인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환경적 원인으로 인지 능력은 달라질 수 있다"고 살짝 퇴로를 열어 뒀습니다.

진화론의 대부로 부르는 찰스 다윈은 사촌과 결혼했던 사람입니다. 사촌과 결혼한 이후 찰스 다윈은 자신의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부작용에 상당히 예민했다고 합니다. 그의 우려는 어긋났습니다. 윌슨 박사는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혈관 대사에서 근친결혼은 큰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다윈은 10명의 아이들을 낳았는데 이중 3명은 어릴 때 전염병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나머지 7명은 평균 77세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또 인지 능력에도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윈의 자녀 중 많은 이들이 영국 왕립협회 회원이었고 영국왕립지리학회장을 지낸 자녀도 있었습니다. 윌슨 박사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만약 다윈의 자녀들이 근친결혼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 태어났다면 훨씬 키가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윌슨 박사의 논문은 하나의 가설=윌슨 박사의 논문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합니다. 김선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유전학에서 유전적 차이점이 큰 부부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키가 크고 똑똑한 아이들을 낳는다는 것은 학계에서 받아들여지는 고정된 학설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간은 누구와도 결혼할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김 박사는 "근친결혼은 아미시 집단에서 확인된 것처럼 수백 년 동안 지속된다면 유전적 질환이 생긴다는 것은 학계에서 인정하는 사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윌슨 박사의 논문은 하나의 주장에 머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학계에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사례와 설득력 있는 객관적 데이터가 필요해 보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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