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의 흔적의 역사]'겸애론' 묵자와 독가스

이기환 논설위원 2016. 8. 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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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얼마 전 중국이 쏘아올린 양자위성에 ‘묵자(墨子·모쯔)’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학 선현의 이름을 딴 것”이란다. 아니 “서로 사랑하라”는 겸애(兼愛)를 주장한 묵자가 과학자였단 말인가. 자료를 찾아보니 맞았다. 묵자는 “원은 한 중심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다(원 一中同長也)”고 했다. 유클리드의 <원론>이 제기한 원의 정의와 흡사하다. “힘은 물체가 움직이게 되는 원인(力 刑之所以奮也)”이라고도 했다. 일종의 가속도 운동을 말하는데,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과 비슷하다. 또 “그림자가 거꾸로 되는 것은 빛이 한 점에서 교차되고 그림자가 길어지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점에 있다(景到 在午有端與影長 說在端)”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발견한 바늘구멍 사진기의 원리와 똑같다.

묵자는 전쟁에서 독가스를 사용한 첫번째 인물로도 꼽힌다. 묵자는 “땅굴을 파서 성안을 쳐들어오는 적을 어찌 막느냐”는 제자의 질문에 귀중한 팁을 준다. “굴 안쪽 입구에 아궁이를 만들라. 쑥과 풀 다발을 넣고 풀무질하여 적에게 연기를 내뿜어라. 적군의 굴을 만나면 겨와 똥 같은 더러운 것을 넣고 쑥과 풀 다발을 묶어 연기를 피워라. 지렛대로 풀무질하라.”(<묵자> ‘비성무’) 또 수레에 장착한 연발식 화살장치인 연노거(連弩車)를 발명했다. 한번에 화살 60개를 발사하는 신무기였다. 특히 줄을 매달아 한번 쏜 화살을 도르래로 회수했다. 오늘날 크랭크 핸들과 릴의 원형이다. 묵자는 수중초음파탐지기인 앵청(罌聽)을 개발했다. “성벽 밑에 5보마다 우물을 파고 큰 독을 넣는다. 귀가 밝은 사람이 독 안에 들어가 엎드려 듣는다. 그러면 적군이 땅굴을 파는 소리의 진동을 들을 수 있다.”(<묵자> ‘비혈’) 묵자는 돌리면서 많은 화살을 쏘는 전사기(轉射機)와 난간을 장착한 수레 위에서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을 격퇴하는 이동식 수성기구인 자거(藉車) 등도 발명했다.

그렇다면 묵자는 겉으로만 사랑과 평화를 논하고, 속으로는 신무기 개발로 싸움을 부추긴 전쟁광인가. 아니다. 묵자가 개발한 무기는 모두 방어용이었다. 묵자는 신무기를 개발한 초나라가 약소국인 송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열흘 낮밤을 달려갔다. 그런 다음 신무기 개발자인 공수반과 벌인 9차례의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모두 이겨 전쟁을 막았다. 구공구거(九攻九拒)의 고사다. 맹자는 침략전쟁을 막으려 동분서주한 묵자에게 찬사를 보냈다. “묵자는 몸이 다 닿도록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다 한다.”(<맹자> ‘진심상’)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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