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조영탁] 전기요금 누진제 이렇게 바꾸자

2016. 8. 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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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진제 단계와 누진율 완화하고 저소득 가구엔 '에너지 바우처' 강화해야"

올여름의 살인적인 무더위만큼 누진제 전기요금 문제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많아지면 요금폭탄처럼 큰 폭으로 증가하는 누진제이기 때문이다.

누진제의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사용량 증가에 따라 요금단가를 높여 전기 절약을 유도하고, ‘전기 사용량=소득수준’이란 전제 하에 사용량이 많은 가구의 요금부담을 더 증가시키는 분배개선 효과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 요금’에 ‘전기 절약’과 ‘분배 개선’까지 가미한 이른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묘책인 셈이다. 하지만 정책의 의도가 좋다고 그 결과까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첫째, 요금제도로서 누진제는 요금책정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고, 좋은 취지에 어울리지 않게 비싼 과태료 수준이다. 동일한 상품을 2배 가격으로 팔아도 바가지요금이라는 비난을 듣는 마당에 같은 전기를 단계별로 12배의 요금 차이가 나도록 한 것은 경제학의 차별가격이론 측면에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외국의 누진율이 2∼3배라는 현실에 비추어 봐도 너무 과도하다.

둘째, 가정의 절전이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여건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에만 가혹할 만큼 절전을 강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절전에 관한 한 우리나라 가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으뜸이다. 전체 수요에서 가정용 전력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평균인 3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에 불과하다. 오히려 강도 높은 절전이 필요한 것은 전체 수요의 87%를 차지하는 일반용과 산업용이다. 그렇다고 가정의 절전을 무시하고 흥청망청 쓰자는 게 아니다. 절전도 국민의 건강권과 삶의 질과 병행할 때만 의미가 있다.

셋째, 분배 측면에서 누진제가 저소득 가구에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다. 최근 가전제품과 전자기기가 보편화되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층의 전력소비도 일반 가정의 평균 수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가구 구성의 변화로 전력소비가 적은 1∼2인 가구 중에는 경제적 부담능력이 높은 가구들이 많아졌다. 현재의 누진제는 애초 의도와 달리 이들 가구에 대해 요금보조를 해주는 셈이다.

물론 전력 소비가 적은 저소득 가구들도 있다. 이들 가구는 요금제도가 아니라 지금 시행 중인 ‘에너지 바우처’와 같은 복지제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재원은 고소득층에 전기요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받아 마련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저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도 더 클 것이다.

일찍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바 있는 틴베르헨 교수는 “정책목표가 3개이면 독립된 정책수단 3개가 필요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전기요금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누진제처럼 3가지의 목표를 하나의 수단으로 접근할 경우 ‘일석삼조’는커녕 요금제도라는 손에 잡은 새마저 놓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누진제의 단계와 누진율을 다소 완화하여 요금책정의 합리성을 갖추고, 절전은 사용자의 절약 노력에 따른 보상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진율 완화에 따른 저소득층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에너지복지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누진제 개편을 계기로 우리도 저소득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일석삼조’가 아닌 하나의 돌로 한 마리의 새를 차근차근 잡아가는 ‘일석일조’가 대다수 국민의 무더위는 식히고, 저소득층의 마음은 따뜻하게 하는 효과적이고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조영탁 경제학과 한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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