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경주 지진이 드러낸 한국 경제의 취약성

김동호 2016. 9. 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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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직전 발생해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는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한국이 지진에 거의 무방비 상태라 강진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란 점도 드러났다. 경보 시스템부터 구멍이 뚫려 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는 규모 5.8 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드라마를 내보냈다. 4년간 일본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볼 때 정말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먼지 특보를 수시로 날리던 국가안전처가 재난 문자메시지라도 보내오려나 싶었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이 사태는 지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진은 인명 피해에 그치지 않고 국가 존립을 뿌리째 흔든다. 일본이 생생한 현장이다. 일본에서 1960년 이후 동일본 대지진까지 발생한 12차례의 지진(규모 6.8~9)은 예외 없이 일본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규모 7.3 지진으로 6434명의 인명을 앗아간 95년 고베 지진의 피해 규모는 10조 엔(약 110조원)에 달했다. 규모 9 지진으로 사망자가 2만 명에 달한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 규모는 최대 25조 엔(약 270조원)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후쿠시마 원전이 타격을 입으면서 당시 전국 43개 원전 가동이 2년간 전면 중단됐다. 이 기간 중 일본은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량이 늘어난 원유 수입에 막대한 돈을 써야 했다.

한국의 국토 면적은 일본의 26%에 불과하다. 이 좁은 땅에서 세계 7위 규모의 무역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한다. 그만큼 생산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니 규모 6 이상 강진이 발생하면 국가 경제가 초토화돼 복구 불능 상태의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결국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 인명은 물론 경제를 보호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규모 5.8이었던 경주 지진의 충격에 끄덕 없었다고 한다. 겨우 규모 1 수준의 진동이 기계적으로만 10초가량 감지됐을 뿐이다. 파괴력이 규모 7의 15배인 규모 9까지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덕분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300㎞ 떨어진 경주 인근 양산단층이 아니라 서울에서 150㎞ 떨어진 옥천단층에서 지진이 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버티겠지만 상당수 건물이 파괴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최고층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내진설계가 된 건물은 대부분 버티겠지만 상층부가 흔들리면서 진열된 물건이 쓰러지고 넘어지면서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사람도 다칠 수 있다. 해운대 고층 아파트 주민이 증언하는 것처럼 고층에서 느끼는 체감 지진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10초에 불과해도 좌우로 흔들리는 크기가 엄청난 것이 지진의 무서움이다.

지진은 양면성을 가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진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갖고 있지만 대비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따라오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은 각 분야가 지진에 대비하는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의 발전을 다졌다. 건설회사는 주택·빌딩·공장을 짓거나 제품을 설치할 때 반드시 지진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취한다. 건축물이나 제조품이 견고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기술 정밀도가 높아지고 경제적 부가가치도 올라간다. 90년대 이후 일본에도 하늘을 찌를 것처럼 높게 치솟은 고층 건물이 많이 들어설 수 있게 만든 기술도 이런 과정을 거쳐 확보됐다.

한국은 지진 대비책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국토가 좁아 크게 보면, 사실상 전 국토가 공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으로선 강진에 따른 취약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을 전제로 대비해야 한다. 학교와 공공시설은 물론이고 주요 생산시설에 대한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내 전체 건축물의 내진설계 비율이 6.8%에 불과하니 막대한 재원이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고용 창출을 비롯한 경제적 부가가치도 커진다. 무엇보다 원전의 안전 확보가 중요하다. 원전이 멈춰서면 한국 경제도 멈춰서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이 울린 경종을 계기로 대비만 잘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게 경주 지진의 교훈이다.

김 동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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