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내는' 대한민국을 위해

김기찬 2016. 5. 2.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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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충성 유도가 경제와 정책 망치는 주범내 위세보다 상대에 감사해야 경제 신록 누려
김기찬 논설위원 고용노동선임기자

신록의 계절 5월은 근로자의 날(노동절·May Day)로 시작한다. 그리고 어린이날·어버이날…. 가족과 관련되는 날이 이어진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노동절은 1889년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일에 세계 노조 대표가 모여 정하면서 시작됐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날만큼은 근로자의 노고에 감사하고 위로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선 9월 첫째 주 월요일이 노동절이다. 일본은 11월 23일 근로감사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 엄밀한 의미의 노동절로 보긴 힘들다. 우리의 추석이나 추수감사절에 가깝다. 8월 15일 전후의 오봉(お盆)이 조상을 모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 근로감사의 날은 생산을 축하하고 감사하는 데 의의를 둔다. 농경시대 수확의 기쁨을 함께한 날을 지금까지 근로자의 날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기원이나 날짜야 어떻든 근로자의 날은 생산현장을 지킨 우리네 아버지·어머니·아들딸에게 서로 감사하고 위로하는 날이다. 갑을관계나 흙수저·금수저도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에선 갈등의 날이 됐다. 노조의 시위가 벌어지고, 사용자는 애써 피한다. 서로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날이 된 꼴이다. 그간 반목이 한꺼번에 터지는 날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가족처럼 보듬는 문화와 동반자 의식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다. 구조조정 바람이 거셀 땐 더 절실한 가치다. 그러나 주위엔 서로에 대한 갑질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갑질에 기업 최고위층의 갑질까지 더해져 서로를 타도의 대상쯤으로 여긴다. 회사가 어려워도 ‘빼먹을 수 있을 때 빼먹자’는 게 일부 강성노조의 가치가 됐고, 경영 위기에 주식 팔고 튀는 걸 상책으로 삼는 최고경영자(CEO)도 비일비재하다. 하나같이 권리만 교묘하게 누리려 든다.

정치권이나 정부라고 다를까. 지난 총선에서 불거진 공천파동도 따지고 보면 갑질에서 비롯됐다. 국민은 안중에 없었다. 계파 간 힘의 우위에 따른 “나를 따르라. 아니면 자른다”는 생각이 빚은 참사다. 이게 갑질이 아니고 뭐겠는가. 정치권에 공천파동이 있다면 정부나 산하기관엔 인사파동이 만연하다. 정부 모 부처에선 올해 초 실장급으로 승진한 공직자가 3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 자리는 보름 넘게 공석이다. 청와대 참모와의 갈등이 원인이란 후문이다. 그는 지난해 말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능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데도 하루아침에 자리를 비웠다. 이래서야 공직자가 소신 있게 일할 수 있겠는가. 공직자가 자기 정치를 할 리도 없다. 그저 국가와 국민에게 좋은 정책을 수립하면 그제야 뒤돌아서 빙긋이 웃는다. 그게 그들에겐 만족이고 자긍심이다.

복지부동(伏地不動)의 다른 해석은 소신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소신은 공직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그걸 무너뜨리는 조직 내 피폐한 부위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인들 제대로 추진될 리 있겠는가. 기관장이 바뀌면 정책 하나 수립하는 데 500일 넘게 걸린다는 인사혁신처의 분석도 있었다. 그래서 과장 이상 공무원은 한자리에 최소 2년은 근무해야 인사 대상이 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전문성을 키우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게 시행된 게 지난해 말이다. 규정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너졌다. 능력보다 힘의 논리에 의해서다.

정부 산하기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고위직은 정치인이 차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는 내부 승진을 꿈도 못 꾼다. 이런 상황에선 자리 보전이나 하는 게 최선이다.

국민의 안전에 반하는 지시를 하고 책임은 떠넘기는 드라마(태양의 후예) 속 청와대 수석은 현실에 없길 바란다. 빗나간 충성 유도가 경제를 망치는 법이며, 이는 창조와도 거리가 멀다.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공직자에게서, 경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CEO의 입에서, 회사의 어려움을 등한시하지 않는 노조 간부에게서, 국민의 무서움을 체험한 정치권의 입에서 나왔으면 하는 말이다. 그러려면 사선에 몰려서도 맛있는 과자 하나 나눌 줄 아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경제와 국가의 신록을 위해서.

김기찬 논설위원·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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