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버킨백
영국 출신 가수 제인 버킨은 프렌치 팝의 전설로 불린다. 1985년 영화 ‘더스트’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이며, 패션계에서는 자연스러운 멋을 강조하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꼽힌다. 한 시대를 풍미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
버킨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프랑스의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 세르주 갱스부르다. 1968년 영화 ‘슬로건’ 촬영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1980년 결별할 때까지 수많은 노래를 함께 불렀다. 두 사람이 낳은 딸 샤를로트 갱스부르도 가수 겸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버킨은 68세의 나이지만 음색은 매력적이고 여전히 활동적이다. 2012년 월드투어 내한공연 때 홍상수 감독에게 먼저 요청해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버킨이 1984년 비행기를 탔을 때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5세대 경영자 장 루이 뒤마 회장이 옆자리에 앉았다. 밀짚으로 만든 가방 안에 온갖 잡동사니를 넣고 다니던 버킨은 ‘우아하면서도 실용적인’ 백을 찾아볼 수 없다고 불평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백을 만들면 자신의 이름을 쓰도록 허락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버킨백’이다. 안쪽에 별도의 주머니를 달아 중요한 소지품이 섞이지 않게 디자인했다. 영화배우 출신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딴 켈리백과 함께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악어가죽 버킨백은 시중 가격이 최소 3만3000유로(약 4200만원)에 이르지만, 주문하고 한참 기다려야 살 수 있다. 희귀 제품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구입 대행업자가 따로 있을 정도다.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장식된 버킨백이 핸드백 사상 최고가인 22만2000달러(약 2억5800만원)에 팔렸다.
버킨은 28일 에르메스를 당혹케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악어를 잔인하게 죽이는 에르메스사의 생산 관행이 국제 규범을 충족할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악어백 하나를 만들려면 2∼3마리 악어가죽이 필요한데 악어를 기절시킨 후 산 채로 껍질을 벗긴다고 주장한다. 에르메스사는 “버킨의 정서를 존중하며 공감한다”면서 악어농장 조사를 벌여 규칙 위반이 발견되면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버킨백이 사라질지는 알 수 없으나 가죽제품 제조업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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