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게임중독은 부모 탓?

입력 2016. 5. 3. 03:05 수정 2016. 5. 3.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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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건국대 산학협력단 정의준 교수는 2000여 명의 청소년과 부모를 심층 분석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부모가 많이 간섭할수록, 고등학생은 부모의 기대가 높을수록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가 게임 과(過)몰입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은 외모든, 성적이든, 취업이든 뭔가 뜻대로 안 풀리면 부모 탓을 하는데, 이젠 게임중독도 부모 탓이라니 부모 노릇 하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연구도 전체 그림을 이해하려면 관련된 기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사회과학연구(SSK)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보도자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등 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문화부 산하기관이고 한국연구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무부처다. 관련 기관들이 게임중독의 여러 원인 중에서 유독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를 강조한 것은 게임 중독을 가정의 책임,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인 듯하다.

▷고려대 권정혜 교수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전문 학술지에 발표된 70개 연구를 메타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인터넷 중독의 위험요인에는 개인의 성격, 사회적 지원 여부, 부모 자녀 관계, 인터넷 자체의 특성, 환경적 요인 등이 있다. 예컨대 자기도피 성향이 있거나 불안 우울지수가 높은 사람은 게임이건 알코올이건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도박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의 학업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크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통제를 못 하고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 음악 영화 독서 등 건전한 여가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소년도 많다. 게임중독에 빠진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임중독의 핵심 원인을 부모에게 돌리는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잘못 지목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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