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박근령 리스크
▷박근혜 대통령의 여동생 근령 씨는 2007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시점에 14세 연하의 신동욱 당시 백석대 교수와 약혼식을 올려 세간의 화제가 됐다. 신 씨는 2009년 박 대통령이 육영재단을 강탈했다고 비방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2011년에는 처남인 지만 씨가 살인교사를 했다고 무고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2013년 풀려났다. 이런 신 씨와 근령 씨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근령 씨는 남들 앞에서 박 대통령을 ‘언니’라 부르지 않고 ‘형님’이라 부른다. 그 호칭은 두 자매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나타낸다. 언니는 동생보다 두 살 위일 뿐이지만 1974년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대신하면서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마저 서거한 후에 엄한 가장 노릇까지 했다. 근령 씨가 독립하기 위해서는 언니의 그늘을 벗어나야 했을 것이다. 그런 관계가 1990년대 들어 육영재단 이사장직을 둘러싼 다툼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근령 씨가 일본은 한국인 위안부에게 보상할 필요가 없다느니, 한국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니 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일관계 정상화 회담 당시 위안부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고 신사 참배는 일본이 A급 전범을 뒤늦게 합사해 문제가 됐다는 점에 무지한 발언이다. 근령 씨 부부는 그간의 행적에 비추어 정치에도 뜻이 있어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는 ‘박지만 리스크’에 못지않게 ‘박근령 리스크’도 있는 것 같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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