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그라피티 습격 사건

2015. 5. 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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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세계에서 가장 그림값이 비싼 화가에 속한다. 미국 뉴욕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시대의 반항아로 성장했다. 15세 때 가출해 뒷골목 벽에 그림과 메시지를 남기는 ‘그라피티(대형 낙서)’에 몰두하다 20대가 된 뒤 담벼락 대신 캔버스로 방향을 틀었다. 인종문제와 폭력 등 당시의 민감한 주제를 거친 붓질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주류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공공기물을 망가뜨리는 반달리즘을 일삼던 길거리 부랑아에서 20세기 스타 작가로 떠오른 바스키아. 활동 기간은 10년도 안 되지만 1970, 80년대 뉴욕 빈민가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문화’로 즐긴 그라피티를 현대미술로 격상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힙합 문화가 움트던 시대에 그라피티는 자유와 반항을 표출하는 비상구였다. 요즘은 상업화 추세에 따라 대기업 광고와 패션, 디자인에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에 원정 와서 지저분한 낙서를 남기는 통에 지하철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초 대구와 인천 지하철 전동차에 울긋불긋한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범인이 2인조 외국인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에 잡힌 20대 독일인과 그리스인의 범행은 치밀했다. 사전답사를 한 뒤 심야시간대 환풍구 문을 부수고 침입해 낙서를 남기고 곧바로 출국했다. 순전히 자기 과시와 희열을 위한 흔적을 남기려고 입국했던 것이다. 올해 3월 서울 신논현역 전동차의 그라피티도 같은 독일인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공공재물 손괴 등 혐의로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달 초에는 수도권 전동차에 20여 회나 낙서를 했던 외국인들이 붙잡혔다. 세계에서 깨끗하다고 소문난 한국의 지하철을 대상으로 ‘낙서 습격’에 맛들린 외국인이 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지하철역 접근이 쉽고 처벌받은 경우도 거의 없는 탓에 표적이 된 듯하다. 성가시고 불쾌한 것도 문제지만 문득 걱정이 앞선다. 치기 어린 낙서였기 망정이지, 숱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이 테러범에게 뚫렸으면 어쩔 뻔했나 해서 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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