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0%대 성장절벽', 과장 아니다

2015. 12.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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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비준 처리 조건은 정치권의 민낯 드러내 조직된 10%의 노동자가 나머지 노동자의 이익 침탈 인기 영합에 찌든 정치권,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인 노조가 변해야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저성장의 구조화는 부정할 수 없는 경제 현실이 됐다. 이제는 3% 성장률마저 힘에 부친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2016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다. 경제 운영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꾀하지 않으면 ‘0%대 성장절벽’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제의 연원은 분명하다. 정치권의 인기 영합과 독점 노조의 기득권 고수가 한국 경제의 질곡인 것이다. 전자를 살펴보자. 글로벌 인사이트의 2005년 월마트보고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월마트 출점으로 미국 최하위 20% 소득계층이 세전(稅前) 소득 대비 6%의 소비절약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최상위 20%는 2% 수준이다. 한국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면 ‘공공의 적(敵)’이 됐을 것이다. 대형마트를 보는 한국과 미국의 눈은 극과 극이다. 미국은 ‘소비자 후생’에, 우리는 ‘골목상권 피해’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에서 경쟁은 악덕이 되고 말았다.

골목상권을 죽인 것은 대형 유통업체가 아니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밀집(密集)이다. 따라서 오히려 이들을 골목에서 빼내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골목에서 자영업 이외의 다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가 답이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골목상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치권이 골목상권의 로비에 포획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남은 선택지는 정치인의 ‘자가발전’이다. 대중이 반길 만한 구호에 스스로 포획된 것이다.

재앙은 연이어 오게 돼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8일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한 지방자치단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등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국가를 이성을 가진 전지(全知)한 존재로 봤다. 이번 판결로 공익만 내걸면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은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게 됐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조건으로 세월호특별법, 전·월세상한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26개 법안을 연계시킨 것은 정치권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한·중 FTA가 통과됐으니 덮자고 한다면 무책임의 극치다. 최대 쟁점이던 무역이득공유제와 관련한 1조원의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은 무역이득공유제의 변종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300만 농어민 표를 의식한 인기 영합이 아닐 수 없다.

후자를 보자. 독점 노조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노동시장이 완전경쟁적이면 시장임금은 ‘기회임금’에서 결정된다. 해고가 살인이라는 것은 ‘현재 받는 임금을 다른 직장에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노조 교섭력에 기대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아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도 생산성 이상의 임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 임금체계는 성과급이 아닌 연공급이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에 대한 등가교환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집단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용직과 임시직에 따라 급여와 보호의 강도가 너무 다르다. ‘조직된 10% 노동자’가 ‘조직되지 않은 90% 노동자’의 이익을 침탈해온 것이 우리 노동시장의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우리 경제는 도처에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주력 산업은 노쇠화되고 미래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며 ‘좀비기업’이 넘쳐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구조조정을 상시화해야 한다. 그동안 구조개혁이 표류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 가져다주는 ‘광범위한 이익’ 대신 ‘집중된 손실’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인기 영합에 찌든 정치권과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인 노조가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곧 맞닥뜨릴 ‘0%대 성장절벽’을 피할 수 없다.

조동근 < 명지대 경제학 교수·객원논설위원 dkcho@mj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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