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기업 경쟁력 발목 잡는 훼방꾼들

입력 2015. 11. 29. 18:16 수정 2015. 11. 30. 04: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민생·서민 외치는 정치권 경쟁력 갉아먹는 황당 규제만 양산 돕지는 못해도 훼방놓는 일 없어야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chom@korea.ac.kr >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는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유명인들이 단체로 단기간 군대에 입대해 병영생활과 군사훈련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걸그룹, 운동선수, 가수 등 여성 유명인들의 병영생활 및 훈련과정을 방영한 여군 특집이었다. 여군 특집 맨 처음은 언제나 유명인들이 입소 시 체력 측정을 받는 내용이다, 대부분 참가자들은 소위 저질 체력이다. 팔굽혀펴기 ‘0’회가 다반사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스케이트, 골프, 축구 등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에서 한국 여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보통의 한국 여성 체력은 매우 낮지만 국가 대표급 선수 체력과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여성은 꾸준한 훈련을 통해 강한 체력과 운동 실력을 가질 수 있는 신체 조건을 지니고 있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성장과정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경제도 비슷한 것 같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 대표 기업들이 존재하는 반면 요즘같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도 많다. 비록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외 보통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낮다는 이야기다. 그럼 어떻게 하면 전반적인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다시 여군 특집 리얼리티로 돌아가 보자. 여군에 입대한 유명인들의 체력이 대부분 바닥이라도 딱 두 부류만 저질 체력이 아니다. 운동선수 출신이거나 아니면 미국 출신 한국 여성들이다. 운동선수야 그렇다 치더라도 왜 미국 출신은 체력이 좋은가. 그 이유는 대부분의 미국 중고등학교에서는 방과 후 학생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한 가지씩 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명문교일수록 모든 학생에게 운동을 필수로 하면서 정말 열심히 시킨다. 반면 최근엔 좀 나아지긴 했지만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정규과정으로 편성된 체육시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포함된 과목 공부를 위해 수업이 대체되는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런 제도와 환경의 차이가 한국에서 자란 한국 여성과 미국 출신 한국 여성과의 체력 차이를 가져온 것이다.

일반적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지 않은 이유도 비슷하다. 현재 한국의 기업 환경을 살펴보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법규와 정책이 도처에 널려 있다.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없어지는 규제보다 생겨나는 규제가 더 많아 보인다. 특히 권력이 국회로 이동하고 난 이후 국회에서 양산되는 기업 관련 규제는 정말 황당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면세점 관련 ‘5년 한시법’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5년마다 심사를 통해서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법인데 이 법은 한국 면세점 사업자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법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는 없다. 사업을 잘하는 기업들조차 사업권이 언제 뺏길지 모르는데 누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고 고용을 하겠는가. 중국, 일본, 미국, 유럽에서는 지금 인수합병(M&A)을 통해 면세점 사업자들이 덩치와 경쟁력을 키우면서 글로벌한 차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면세점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 사업자들은 정부와 정치권 눈치만 보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 경쟁력은 연구개발력과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서 나온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국의 보통 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를 늘릴 유인을 제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발 가만히라도 놓아두기 바란다. 정치권이 눈만 뜨면 외치는 민생과 서민들의 고용 창출은 정치인의 입이 아니라 보통 기업들에 의한 투자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말이다.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chom@korea.ac.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