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최현수] 사드, 필요한 선택이다

2016. 8. 2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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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협 고려할 때 사드는 국익에 부합.. 정부 준비 소홀했지만 더 주저하면 안 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논란이 진정될 것 같지 않다. 제3후보지 검토로 성주군의 반대 불길은 잦아들었지만 유력 후보지에 가까운 김천시에서 거센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예상됐던 상황이다. 군과 정부는 이미 수차례 군사기지 조성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겪었다. 기무사령부를 과천으로 이전할 때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때도 시민단체와 경찰 간 격렬한 충돌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수년간 지체되는 파행을 겪었다.

군사기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군사기지를 환경과 인권, 범죄 문제를 일으키고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비(非)선호시설로 보고 있다. 한반도 안보상황 탓에 이념 논쟁까지 더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익 갈등’을 넘어 ‘안보론’과 ‘평화론’의 가치 대결로 치닫기도 한다. 합의와 타협의 접점을 찾기가 한층 더 어려운 것이 군사기지 갈등이다.

이런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었을 군과 정부는 사드배치 결정 전 충분한 준비를 해야 했다. 게다가 사드는 군사기지 갈등에 미·중 간 힘겨루기라는 민감한 성격도 갖고 있다. 군과 정부가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음에도 올해 초 전격적으로 공식화하기 전까지 ‘요청도 없었고 논의도 없었으며 따라서 결정된 것도 없다’고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드 배치가 지닌 폭발적인 영향력을 충분히 알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지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군과 정부는 과거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은 것 같지는 않다.

사드와 같은 미국의 미사일방어 수단을 배치한 나라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우리와 유사한 갈등과 압력을 겪었다. 폴란드에 미국의 미사일방어 수단이 배치될 때 반대여론이 심했고 러시아의 위협도 컸다. 폴란드 정부는 미국과의 양자관계 발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신입 회원국으로서의 입지 강화에 미사일방어 수단 배치가 도움이 된다고 봤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치외법권적 특권을 누리게 될 미군기지에 대한 반감, 폴란드군과의 지휘통제체계 혼선에 대한 우려, 러시아 핵미사일 요격 시 발생하는 방사능 피해 가능성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컸다. 러시아 군 참모총장 유리 발루예프스키는 폴란드 유력지에 “방어막을 만들어봐라, 그러나 그 후 당신들 머리 위에 무엇이 떨어질지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협박하는 기고문을 싣는 등 노골적으로 폴란드를 압박했다. 지금 중국이 보이는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폴란드 정부는 배치를 강행했다.

반면 체코는 폴란드와 같은 이유로 미국의 미사일방어 수단 배치를 추진했다가 포기했다. 미국이 당초 계획과 달리 체코에 레이더 기지가 아닌 위성 정보분석센터를 건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체코가 원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방어 관련 기술 전수였다. 결국 체코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는 국익에 부합한 선택이다. 대국민 소통 노력이 없었고 대중국 관계를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은 점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더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북한 위협이 가속화되고 있어서다. 북한은 24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조만간 실전 배치될 수 있다. 사드가 SLBM을 막는 데 제한은 있다. 현재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충분한 방어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로서는 최선은 아니어도 필요한 선택임이 분명해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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