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빨강]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입력 2015. 5. 13. 18:50 수정 2015. 5. 13. 18:5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사는 데 꼭 필요한 건 밥, 똥, 사랑, 자유. 밥과 똥은 몸에, 사랑과 자유는 영혼에 관여한다. 매일 이 네 가지를 점검한다. 오늘 하루 몸과 마음 모두가 골고루 조화를 이루었는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때에도 "몸맘 두루 강건 평화하시길" 빈다. 티베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그렇다. 걱정할 시간에 그냥 푹 쉬거나 아주 작은 무언가 하는 게 낫다. 언제부터인가 개인으로서의 내 삶에 대해선 바라는 것이 없어진 느낌이다. 바라는 것이 없어서 행복하다. 다만 주어진 매일에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잘 보살피고, 옆 사람과 정성을 다해 만나려고 노력할 뿐. 붓다나 달라이 라마는 한결같이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말한다. 예전에 나는 이런 말이 의아했다. 고독의 정점으로 자신을 밀고 가 완전히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왜 이구동성으로 '타인에게 친절하라'고 하는지. 이젠 알 것도 같다. '동체대비', '자리이타'의 마음으로 살면 세상이 평화롭다. 진심을 다해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그만한 수행이 없다. 살아 있는가, 나는? 매일 묻는다. 살아 있는 존재답게 살아야 한다. 행복하겠다. 사랑하겠다. 죽는 순간까지. 내 눈 속에 마지막 하늘빛이 들어오는 순간까지. <숫타니파타>의 145번 게송을 간곡하게 읊조려보는 날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평안하라. 안락하라." 펜을 들어 꼭꼭 눌러쓰며 덧붙인다. 눈에 밟히는 억울한 주검들까지 다 살아 있으라. 끝끝내.

김선우 시인·소설가

<한겨레 인기기사>■ "남편이 어제 부대 들어갔는데 통화도 안돼…"서울사대부초 교복엔… 교장이 달아준 '계급장'팬티만 입고 "다른곳도 만져" 요구한 사장, 왜 '무죄'일까[카드뉴스] 채널A 기자들 "더는 못 참겠다", 왜?[화보] 여기에 오줌을? 세계의 신기한 소변기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