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사이드]⑪ 중형세단 4종 디자인..쏘나타 '정돈' K5 '날렵' 말리부 '단단' SM5 '무난'

안석현 기자 2014. 8.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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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휘갈긴 것 같던 YF쏘나타의 디자인은 LF쏘나타로 넘어오면서 정돈된 모습이다. 이제 중심을 잡은 것 같다. K5는 쏘나타에 비하면 훨씬 날렵하고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디자인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모두 사소한데서 원가를 절감하려 한 모습이 눈에 거슬린다. 말리부는 남성적이고 단단한 이미지가 좋다. 영화 '트랜스포머' 로봇 같다. 외부 디자인만큼 내부 디자인에도 신경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SM5 TCE는 모든 연령이 탈 수 있는 무난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러다 보니 디자인이 다소 심심한 게 흠이다."

조선비즈는 국산 대표 중형 세단 4종에 대한 디자인 평가를 의뢰했다. 내·외부 디자인 평가에는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와 디자인 스튜디오 AR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박창용씨가 참여했다. 박씨는 2003년부터 패션잡지 GQ코리아의 객원 에디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운전자가 얼마나 쓰기 쉽게 설계됐는지도 알아봤다. 이를 위해 '사용자 경험(UX)'을 따로 평가했다. UX란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제품·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총체적 경험을 말한다. UX 평가는 지용구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인터랙션디자인연구실장),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UX아카데미 단장)가 맡았다.

◆ 중형 세단, 더 이상 '아빠 차' 아냐…날렵한 '남자의 차'

4개 차종 중 SM5 TCE를 제외하면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구상 교수는 LF쏘나타의 뒷모습과 K5의 보닛(엔진룸을 덮고 있는 뚜껑)에 주목했다. 그는 "LF쏘나타는 뒷유리를 최대한 뒤쪽으로 밀었다. 덕분에 해치백 자동차를 연상시킬 만큼 트렁크가 짧아 보인다. 이런 디자인은 실제 짐이 실리는 양에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 훨씬 날렵하게 보이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K5는 다른 차에 비해 보닛의 길이가 한뼘 정도 길다. 구 교수는 "LF쏘나타가 전체 길이에서 보닛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정도인데 비해 K5는 25%를 차지한다"며 "긴 보닛은 고성능 자동차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박창용 에디터는 말리부의 뒷모습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박 에디터는 "요즘 나오는 차들이 대부분 매끈한 형태의 브레이크등을 고집하는데 말리부는 각얼음을 연상시키는 굵은 사각형 모양"이라며 "육중한 모습의 전면부와 조화를 잘 이룬다.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SM5 TCE 디자인은 '가족 중심의 차'라는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 교수는 "우리 시대의 보통차라는 무난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고 평가했다. 박 에디터는 "SM5를 보면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 중저가 옷을 입는 가장이 떠오른다"며 "다른 차들에 비해 개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앞바퀴 중심에서부터 앞쪽 끝까지 길이를 뜻하는 '프런트 오버행' 역시 SM5 TCE와 나머지 3대의 처리 방식에서 차이가 났다. LF쏘나타, K5, 말리부는 앞으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게 만들어 시각적으로 프런트 오버행이 짧아 보이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전조등 역시 머리를 빗어 넘긴듯 사선으로 깎았다. SM5 TCE는 앞선 3개 차종에 비하면 프런트 오버행이 다소 길어 보인다. 구 교수는 "앞바퀴 굴림방식 차들은 엔진룸 설계상 프런트 오버행이 길 수밖에 없다. 이를 어떻게 짧아 보이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프런트 오버행이 길면 차가 둔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종마다 디자인에 아쉬운 점도 있었다. LF쏘나타와 K5는 둘 다 B필러(차 지붕과 문짝을 이어주는 가운데 기둥)의 마감이 부실했다. 따로 소재를 덧대지 않아 차량 도색이 그대로 노출됐다. 말리부와 SM5는 B필러를 플라스틱 소재로 완전히 감쌌다. 구 교수는 "플라스틱 입히는데 대당 4000~5000원 정도 들어간다. 현대·기아차가 지나치게 원가절감에 집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에디터는 "말리부의 디자인은 남성적이다 못해 무겁고 답답한 느낌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 내부 디자인…디테일에 방점

내부 디자인에서는 LF쏘나타가 가장 진화된 모습을 보였다. 구 교수는 "LF쏘나타 내부는 소재의 질감에 집중하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YF쏘나타에 비해 휘몰아치는 선이 적다 보니 소재의 질감이나 마무리에 눈이 간다"고 설명했다.

K5의 내부 디자인에 대해서는 보는 시각이 달랐다. 박 에디터는 "K5의 내부는 경제적인 느낌이 강하다. 소소한 즐거움이 없다. 아우디 세단과 마찬가지로 빨간색을 주로 쓰는데, 고급스러움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구상 교수는 글씨체에 집중했다. 그는 "K5 액정화면과 버튼에 인쇄된 글씨체가 서로 통일돼 있다"며 "디자인의 일관성에 신경을 쓴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말리부의 내부 디자인에 대해서도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구 교수는 "말리부는 외부 디자인은 좋지만, 내부 디자인은 신경을 덜 쓴 거 같다"며 "동반자석 앞쪽에 선이 너무 많이 들어가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에디터는 "내부만 놓고 보면 다소 유치해 보이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외부 디자인과의 조화로운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 UX, 가장 최근 출신된 LF쏘나타가 호평

요즘 출시된 자동차는 전자제품에 가까울 만큼 첨단 기능을 자랑한다. 그러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수록 사용하기는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자동차는 운전중 각종 기능들을 이용해야 한다. 조작이 어려우면 자칫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국산 중형차들은 얼마나 운전자에게 친절하게 설계됐을까.

UX에 대한 평가는 4개 차종 연세대 신촌캠퍼스 내 주차장에 세워 놓고 시동을 켠 상태에서 진행했다.

핸들(스티어링 휠) UX 평가에서는 LF쏘나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세대 인터랙션디자인연구실이 제시한 평가 항목에서 80점 만점에 66점을 받았다. K5(57점), 말리부(47점), SM5 TCE(43점)과는 점수차가 컸다.

지용구 교수는 "LF쏘나타의 핸들 버튼은 엄지 손가락 내에서 웬만한 기능들은 해결이 된다"며 "중요한 버튼을 주로 바깥에 배치해 편의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말했다.

조광수 교수는 "이왕이면 오른손 엄지 손가락에 닿는 설정 기능과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분리해 놨으면 좋겠다"며 "서로 완전히 다른 기능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오조작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속도, 엔진회전수(RPM), 연료, 주행거리를 나타내는 계기판의 UX 역시 LF쏘나타가 우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LF쏘나타의 계기판 UX 평가점수는 90점 만점에 75점으로 K5(71점), 말리부(56점), SM5 TCE(55점)를 앞섰다.

지용구 교수는 "계기판이 단색이라 주의 분산될 일이 적다"고 설명했다. 조광수 교수는 "말리부는 속도계와 엔진회전수 사이에 있는 액정 화면이 선명해서 눈에 잘 들어온다"고 말했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동반자석 사이에 버튼이 많은 부분)의 UX 평가점수는 LF쏘나타-말리부-K5-SM5 순이었다. 지용구 교수는 "메뉴 버튼이 한글화가 됐다는 건 사용자를 배려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며 "말리부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나무 느낌의 소재를 써서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고 강조했다.

조광수 교수는 "SM5 TCE에 달린 조이스틱은 시도는 좋았지만 기능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다"며 "사용법을 익히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SM5의 내비게이션은 유일 하게 터치 외에 조이스틱을 이용해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조이스틱을 이용하면 내비게이션 외에 다른 기능들도 조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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