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인사이드]⑪ 중형차 4종..쏘나타 '옵션 화려' 말리부 '단단+묵직'

안석현 기자 입력 2014. 8. 20. 07:01 수정 2014. 8. 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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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지붕 있는 일반 승용차)은 지난 1~5월 국내서 8만5547대 팔렸다. 단위 차종으론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이에 조선비즈는 국산 중형 세단 4종을 비교·평가했다. 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정비 명장(名匠), 프로 레이서, 소리공학연구진, 산업·자동차디자인학과 교수, 사용자경험(UX) 전공 교수, 스튜디오 디렉터, 30년 경력 택시기사, 레코딩 엔지니어, 수입차 오너, 초등학생 학부모 등이 평가에 참여했다. [편집자주]

"LF쏘나타는 '리틀 제네시스'다. 옵션은 화려하지만 하체가 불안하고 재미가 없다. K5는 너무 싼 티 난다. 스포티함을 추구하지만 정체성을 말하기 어려운 차다. 말리부 디젤은 단단한 전형적 미국차다. 수납 공간, 공조장치 등 운전자 배려는 엉망이다. SM5 TCE는 터보 감성을 더한 세단이다. 시트·센터페시아 편의성 등은 기대 이하다."

조선비즈가 전문가에 의뢰한 국산 중형차 4종에 대한 평가 결과다. 평가 대상은 현대차 LF쏘나타, 기아차 K5, 한국지엠 말리부(디젤), 르노삼성차 SM5(TCE)이다. 4개 차종은 각 사 주력 모델이다.

말리부는 유일하게 디젤 엔진을 얹었다. 같은 종류 엔진을 비교하려면 말리부 가솔린 차량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조선비즈는 '소비자가 지금 중형 세단을 고른다면 무엇을 살 것인가'란 관점에서 평가 대상을 정했다. 말리부 디젤 모델은 지난 3월(15.7%)보다 5월(35.8%) 판매량이 2배 이상 급증할 만큼 인기 차종이다. SM5 TCE는 배기량(1600cc)이 쏘나타·K5보다 한 체급 낮지만 터보 엔진을 얹어 출력(190마력)은 가장 높다.

취재는 일주일간 진행했다. UX 전공 교수들은 차량 공조장치 및 사용자 편의성을 분석했다. 자동차디자인학과 교수와 스튜디오 디렉터는 차량 내·외관을 평가했다. 정비 명장은 엔진룸 및 하체를 살펴 정비 편의성·부품배열·조립구조 등 정비성과 내구성을 따졌다. 소리공학 연구진은 차량 소음·진동을 측정했다. 레코딩 엔지니어는 카오디오 성능을 가늠했다. 택시기사, 수입차 오너, 대치동 학부모 등도 차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프로레이서는 도심·자유로·고속도로 등 총 320㎞ 구간에서 주행 성능을 시험했다.

달리고 서는 능력은 레이서 2명과 기자가 함께 평가했다. 레이서들은 각각 다른 프로팀에서 현역으로 활동한다. 완성차 및 부품 업체와 관계 때문에 실명은 밝히지 못한다. 서동규(가명) 선수는 신인왕 출신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있다. 조성현(가명) 선수 역시 국내 모터 스포츠를 이끄는 에이스로 꼽힌다. 두 선수는 서울 도심·자유로·외곽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 4대를 직접 운전했다.

◆ SM5, 시트·계기판 불편…"LF쏘나타, 운전자를 가르치려는 車"

SM5는 정숙성과 토크(엔진을 돌리는 회전력)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른 세 차종에 비해 배기량이 작은 것을 감안하며 주행 성능이 인상적이었다. 이 차는 1.6 가솔린직분사(GDI)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조 선수는 차가 조용하고 가속이 수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터보 엔진이지만 매우 정숙하다. 초기 응답이 빠르고 밀어주는 힘이 좋다. 힘이 모자라단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고속에서 터보 엔진 특유의 힘이 터진다. 변속이 빠르고 지면(땅바닥) 소음을 잘 잡아준다"고 말했다.

서 선수는 SM5 엔진 회전이 주행 속도에 알맞게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력이 분당회전수(RPM)가 올라가는 것에 맞춰 충실하게 나온다. 소음은 적지만, 배기(열기관의 공기가 모여있는 곳)에서 나오는 공기로 터빈(내연기관의 가스로 동력을 만드는 일) 돌리는 소리를 살짝 들려줘 재미있다"며 "브레이크는 평가 대상 차량 중 가장 안정적이다. 서스펜션(쇼크업소버·스프링·로우암으로 구성돼 차체에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이 요철을 만나도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시트 편의성과 계기판(엔진회전(타코미터)·냉각수온·속도·연료계 정보를 표시한 부분) 및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컨트롤 보드)의 시인성(視認性)은 문제였다. 계기판을 보기 불편하고 센터페시아의 화면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이었다. 조 선수는 "시트가 몸을 잡지 않는다. 운전자가 붕 떠 있는 것 같다. 조수석은 심지어 수동 시트"라며 "계기판이 누워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센터페시아의 화면은 너무 작고 푹 들어가 있다. 며칠 굶은 사람의 눈 같다"고 말했다.

LF쏘나타는 옵션과 안전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서 선수는 "K5에 비해 변속(속도 조절을 위해 기어를 조작할 때)충격이 덜하다. 고속에서 엔진 소리만 들리고 풍절음(창을 닫고 주행할 때 들리는 바깥 공기 소리)은 없다"며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ASCC)은 실용적이다. 현대차가 운전자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조 선수는 "옵션이 화려하고 인터페이스(2개 이상 장치의 호환성)가 우수하다. 계기판은 역대 국산 중형차 중 가장 뛰어나다"며 "운전자를 배려하는 옵션들은 완벽에 가깝다. 듣기 싫을 정도의 경고음으로 안전 주행을 돕는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LF쏘나타의 서스펜션 세팅과 지나친 제어장치(ABS·TCS·VDC·강제 시프팅) 개입을 지적했다. 조 선수는 "강제로 변속을 제어하는게 아쉽다. 속도가 붙으면 스티어링 휠(자동차 진행 방향을 바꾸는 주행 및 회전용 휠)이 너무 심하게 무거워진다"며 "운전자 안전을 고려한 의도겠지만 오히려 기계가 억지로 보정을 하는 것처럼 불편하다. 현대차가 운전자를 가르치려하지 말고 좀 더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 선수는 하체의 불안함을 지적했다. 그는 "쇼크업소버(충격흡수 장치)는 차에 하중이 쏠렸을 때 버텨야 하는데 약한 편이다. 코너링할 때 차가 약간 기울어진다"며 "승차감을 좋게 하기 위한 세팅이다. ECU(전자제어장치)가 개입하겠지만 위급 상황에선 차가 돌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K5, 승차감과 운동성능 둘 다 놓친 車…"말리부는 ECU 반응 너무 느려 초보자에게 위험할 수도"

K5는 쏘나타보다 초기 응답이 빠르고 스포티(빠르고 날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선수는 "쏘나타는 기계가 운전자를 제어하려는 부분이 많지만, K5는 주행 성능과 디자인이 스포티함을 추구한다. 토크감(感)은 초반에 몰려 있어 도심 주행에 적합하다"며 "이 차의 최대 장점은 출시 당시 일으켰던 디자인 센세이션(자극 후 오는 느낌)이다. 엔진음도 매우 자극적이다. K5 터보는 좀 더 섹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 선수는 K5가 고급 중형차로서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과 내장이 모두 싼 티 난다. 가격이 싸더라도 감성 품질은 고급스러워야 하는데 모든 게 엄청 저렴한 느낌"이라며 "처음 출발할 땐 토크감이 있지만 바로 힘이 떨어진다. 브레이크의 초반 답력(踏力·페달 밟는데 필요한 힘)이 약한 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승차감과 운동성능 둘 다 놓친 세단"이라고 평가했다.

말리부는 차체 강성(剛性)과 운전 재미를 인정받았다. 조 선수는 "전반적으로 묵직하다. (엔진 회전으로 차체를)밀어주는 힘도 좋다. 순정 서스펜션이지만 안정적"이라며 "스티어링휠 반응이 즉각적이다. 조금 튜닝(자동차 일부를 개조하는 일)하면 몹시 재밌게 탈 수 있다. 출력의 갈증을 풀기 좋은 차"라고 평가했다.

고속에서 안정성과 운전자 배려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서 선수는 "크루즈(쉐보레 준중형차)처럼 ECU 반응 속도가 느리다. 스티어링휠을 잘 조정해야만 한다"며 "고속에서 불안하다. 제어 장치 반응이 느려 여성이나 초보 운전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선수는 "수납공간이 너무 없다. 시트는 좁다. 무식하게 큰 기어봉과 수동 변속 버튼의 위치는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ECU(Electronic Control Unit): 자동차의 엔진·변속기·기타 장치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전자제어 장치. ABS·TCS·VDC 등의 기능을 구현한다.

ABS(Antilock Braking System): 미끄럼방지장치. 자동차가 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막아주는 특수 브레이크 시스템.

TCS(Traction Control System): 미끄러운 노면에서 차량 타이어가 헛돌지 않도록 차량 구동력을 제어하는 시스템.

VDC(Vehicle Dynamic Control): 운전자 조종 없이도 차량이 스스로 미끄럼을 감지해 바퀴 브레이크 압력과 엔진 출력을 제어하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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