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인포데믹스

온종훈 논설위원 2015. 6. 3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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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데믹스'는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s)'의 합성어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발달로 잘못된 정보나 소문이 지나치게 빨리 확산되면서 대중의 두려움이 필요 이상으로 증폭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스와 테러에 대한 공포가 지구촌의 화두였던 지난 2003년 데이비드 로스코프 인텔리브리지 회장이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처음 사용했다. 로스코프는 미확인 정보가 유포되기 전 조기 경보 체제를 가동해 정보의 근원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인포데믹스를 막는 첩경이라고 했다.

이는 정보전염병이라고도 하고 사회 시스템을 일거에 무너뜨릴 '21세기의 흑사병'으로까지 비유되기도 했다. 2007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연례보고서에서 인포데믹스를 인류의 새로운 위협으로까지 거론하며 주요 의제로 다뤘다. 당시는 사스에 이어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시아권 국가들을 덮치면서 AI의 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포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문제는 이 같은 인포데믹스의 위험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초기 우리 사회가 겪었던 혼돈과 혼란이 전형적이다. 확인되지 않은 병원 명단과 감염자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SNS를 도배했으며 '낙타 괴담'처럼 정부의 대책을 조롱하는 글들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민간요법까지 횡행했다. 정보 전달 속도에 비해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했으며 근거 없는 공포심은 거침없이 확산됐다.

인포데믹스의 다음 차례는 그리스가 될 듯하다. 국가 부도가 우려되면서 정부가 연료 배급제에 나설지 모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돌자 지난주 말 주유소의 석유가 동났다고 한다. 뱅크런을 막기 위해 1인당 60유로까지의 인출 제한 조치를 했지만 은행 앞의 장사진은 풀릴지 모르고 슈퍼마켓에서는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식료품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의 협상 못지않게 국민의 공포를 진정시켜야 한다는 이중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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