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국익 때문이라는 사드 때문에 / 최종건

입력 2016. 8. 23. 18:26 수정 2016. 8. 23.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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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7월8일,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후 약 50일이 지났다.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허용 결정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이며 “사드 배치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대통령은 물러날 조짐이 없다. 정권은 국익을 강조한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국익 차원의 결정, 한 치 양보 없는 안보적 사안이라고 한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우리의 국익과 안보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해보자.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는 더 이상 중국에 대북제재 공조에 협조할 명분을 허용하지 않았다. 8월5일 <차이나 데일리>는 “안보에 대한 우려로 중국은 한때 워싱턴 주도 트리오(한·미·일)의 평양에 대한 유엔 제재에 가담했지만, 사드는 그 짧은 연합전선의 사망을 선언했다”며 “중국은 그들에 의해 등에 칼을 맞은 고통을 겪는데, 그들은 어떻게 베이징이 위험을 무릅쓰기를 기대하냐”고 사드 배치 이후 현 상황을 평가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공조는 강화되었다. 7월29일에 열린 외교 차관급 회담에서 중·러는 “미국의 일방적이고 비건설적인 조처는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드 배치 반대를 재확인하였다. 양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중-러 사이에 맺어진 전략협조 동반자 관계를 군사 및 전략적 기술 분야에서 강화하기로 하였다. 첫 조처로서 9월 남중국해 해상과 공중에서 합동군사훈련 ‘해상연합02916’을 개시하기로 하였다.

중국 언론들은 날선 언어로 한국을 비판하였다. 8월3일치 <인민일보>는 “서울의 정책 결정자는 다른 의견은 듣지 않고 고집스레 자국의 안위를 미국 사드 체계와 함께 묶어놓고는 지역 안정을 파괴하고 공연히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하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사드 결정 이후 각종 한류 방송과 공연 등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주가는 하락하였다. 한국의 방송콘텐츠 수출의 22%가 중국으로 향한다. 중국 인민들은 “애국심이 오락을 앞선다”며 반한감정을 드러냈다. 가을에 있을 각종 케이팝 행사들이 취소되었다. ‘한·중 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은 무기 연기되었고, 지자체 및 기업 단위의 교류와 협력 사업들이 취소 내지 연기되고 있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은 국내 방문을 취소하였고, 다롄지역 세관당국과 중국의 기계·전기 기업 연합회인 중국기전상회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의 업무협약을 연기하였다. 중국 상용복수비자 발급이 중단되고, 한국인 선상비자 체류가능일수가 30일에서 7일로 축소되었다. 인천항 제2국제터미널은 중국 단체관광객들의 입국 경로다. 이 여객터미널은 썰렁해졌다. 산둥성 주민들의 한국 관광 예약률이 40% 가까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를 제재하는지 모르겠다.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 직후 4월과 5월에 9.1%와 8.2% 감소한 북-중 무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오히려 지난해 상반기보다 2.1% 증가하였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일본 경제수역 내로 떨어졌다. 유엔 안보리는 이를 규탄하고자 했지만 중국은 이를 비토하였다.

북한을 무너뜨리든, 강력히 제재를 하든, 아니면 국제적 왕따를 만들든 간에 한국의 대북정책은 주변국과의 공조 없이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일·중·러 대 북의 구도였던 대북공조체제를 무너뜨려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의 국익 속에 왜 사드만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50일 사드 때문에 발생한 일들이 더 큰 불행의 전주곡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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