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 50+인생, 커뮤니티로 시작하자 / 정광필

2016. 6. 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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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장마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던 6월16일 오후 4시, ‘50+인생학교’ 7번째 워크숍에 58명의 장년들(?)이 모였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과는 다른 삶에 도전을 한 다섯 분을 모시고 ‘사람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 서울혁신파크에서 비영리아이티(IT)지원센터장을 하는 분의 책장을 열어 보자.

‘IT를 통한 세대 간 협력하기’가 주제였는데 바로 “엔지오(NGO)나 벤처기업을 하면서 많이 망해 보았다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돌직구 질문이 나온다. 온라인 소통 능력이 부족해서, 기관에 밉게 보여서, 모금 능력이 부족해서, 그리고 구성원끼리 서로 미워해서 그랬단다. 이어 청년세대와 함께하는 50+세대들에게 무엇을 당부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자 그가 힘주어 말한다. “우선, 너무 경직되어 있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둘째, ‘자식같이 생각하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자기 생각을 강요한다. 젊다고 무시하지 말고 젊은 대표를 대표로 대접해야 한다. 셋째, 문서 정리나 회의록 작성 같은 일을 남에게 맡기는 경향이 있다. 노티 내지 말고 자기 완결적으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 모두들 뜨끔한 표정이다.

이번주에 하게 될 워크숍의 주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함께할 커뮤니티 만들기’다. 벌써 ‘50+인생학교 온라인카페’에는 다양한 커뮤니티 제안서가 올라오고,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탐색전이 이루어진다. 워크숍에 앞서 있을 번개모임에서는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이제 7월7일 50+인생학교 1기 졸업생 58명이 사회로 돌아가 무엇인가 의미있는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왜 여기에 모였을까?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일선에서 대거 물러나는 중이다. 1990년대만 해도 정년퇴직을 한 사람은 조금 쉬다가 경로우대증 받고, 10년여 손자들 재롱 보다가 떠나면 되었다. 그런데 이제는 살아온 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 그동안 가정과 조직을 위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정작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소수의 연금 수령자나 건물주를 제외하면 대부분 복지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주위에서 퇴직금으로 커피숍이나 치킨집을 열었다가 망하는 경우를 보면서 창업도 조심스럽다. 참으로 난감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각각 50+인생학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처음 입학원서를 쓰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비워야 할 것과 앞으로 살아갈 삶에서 새롭게 더해야 할 것을 고민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5월 한 달 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관심, 열정, 열등감을 탐색하고 다양한 상황을 연극으로 표현하면서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감정을 풀어냈다. 이제 어느덧 익숙해진 옆자리의 동료들과 함께 ‘작지만 의미있는 두 번째 삶’을 도전할 용기가 생긴다.

50+인생학교를 하면서 지금의 50대를 돌아보니 새삼스러운 점이 많다. 이들은 인류 역사상 최상의 열정과 경제력, 업무 능력을 갖추고 있고, 세상을 바꿔본 경험도 있다. 그러나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면 그 끝엔 ‘나도 한때는’ 따위의 흘러간 영광을 읊조리는 노병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 이제는 어깨에 힘을 빼고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삶을 함께 도전해보자.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청년벤처기업가에게 네트워크와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외로운 노년의 삶을 지원하는 일에 나설 수도 있다. 또 50+세대의 새로운 도전을 돕는 일을 자원할 수도 있다.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

이렇게 하다 보면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20년 정도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리라. 그런 기반 위에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시민사회의 형성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정광필 전 이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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