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별' 지구를 살리자] 관사 지붕 날아가고 담벼락 붕괴 "종말 보는 기분"

2014. 8.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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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된 곤살레스 기완 시장"태풍 갈수록 세지고 빈도 잦아져"

"슈퍼태풍은 우리의 '새로운 평균(뉴 노멀)'이죠. 피할 수 없다면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7일 필리핀 중부 비사야스 지역 사마르 섬 동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도시 기완의 관사에서 만난 크리스토퍼 신 곤살레스(37·사진) 시장은 재난을 겪은 사람답지 않게 환한 표정을 지었다. 태풍 하이옌이 가장 먼저 상륙한 필리핀 도시가 기완이었다. 시장에 부임한 지 4개월 만에 슈퍼태풍을 맞은 그는 "그때는 마치 세상의 종말을 보는 기분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희망을 말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기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줄곧 이 도시를 떠나지 않은 곤살레스 시장은 "기완 시민에게 태풍은 무척 익숙한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바다 저편에서 태풍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아이들은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순간 최대풍속 379㎞/h를 기록한 슈퍼태풍 앞에서 시민들의 경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이옌이 상륙한 지난해 11월8일 이 도시에서는 99명이 사망하고 이튿날 2명이 정신적 충격으로 숨졌다.

곤살레스 시장도 당시 이재민이 됐다. 관사 지붕은 날아갔고, 담벼락이 무너졌다. 그는 여전히 천정과 외벽이 무너진 관사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기상 관측용 레이더마저 파괴돼 태풍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곤살레스 시장은 하이옌과 같은 슈퍼태풍이 기후 변화에 의한 것인지 논의가 분분하다는 이야기에, "태풍이 강력해지고 그 빈도가 늘어나는 것은 평생 기완에서 살아온 우리들이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다"며 "적어도 필리핀 비사야스 지역에서 기후 변화와 태풍의 상관성에 의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풍으로 달라진 생활 모습을 이야기했다. 곤살레스 시장은 "필리핀의 가옥을 나무에서 콘크리트로 바꿀 예정"이라면서 "평소에 태풍에 대한 방송을 잘 듣지 않던 시민들이 최근에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곤살레스 시장은 최근 기완에서 구호활동을 훌륭하게 벌여 인정을 받았다. 이로 인해 각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자주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해져 있는 현실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하이옌을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파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완=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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