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거장이 사랑했던 엘리제는 누구?

2014. 8. 18. 09: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 전 세계가 한국의 클래식 음악 수준에 대해 주목한다. 대체 무엇 때문에,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도 아닌 나라에서 그토록 뛰어난 연주자들이 쏟아질까 궁금해하며.

한국인들의 클래식 음악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았다고 진지하게 얘기하던 한 영국인이 생각난다. 그가 들려준 얘기는 이러했다. 한국에서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가 들리더란다. 알고 보니 청소차가 후진을 하며 내는 소리였다. 그 외에도 곳곳에서 차량 후진 시 어김없이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괴이한 전자음향과 함께. 오히려 듣는 필자의 마음이 복잡해지던 순간이었다.

'피아노 솔로를 위한 바가텔 A단조'라는 원제목을 갖고 있는 '엘리제를 위하여(Fur Elise) A단조'는 1810년 베토벤이 만든 작품이다. 베토벤 작품 중 가장 유명하고 친숙한 피아노곡이지만, 세상에 공개된 것은 베토벤 사후 40여년이 지나서였다. 독일 음악학자 루트비히 놀(Ludwig Nohl)에 의해 발견된 악보에는 '테레제를 위하여(Fur Therese)'라고 적혀 있었고, 이를 루트비히가 '엘리제'로 잘못 읽는 바람에 '엘리제를 위하여'로 굳어졌다는 설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졌다. 도대체 누가 엘리제인가.

루트비히 놀은 이 악보를 친구 브레들의 집에서 발견했다. 브레들은 이 자필 악보를 테레제 말파티(Therese Malfatti)로부터 선물 받았다고 했다. 때문에 베토벤의 '엘리제'는 테레제 말파티라는 설이 유력해 보이지만, 이 또한 확실하진 않다.

1810년 초 두 명의 백작 딸들로부터 사랑을 거절당했던 베토벤. 그의 앞에 나타난 18세의 테레제 말파티. 베토벤은 그녀와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지만 테레제는 단호히 그의 청혼을 묵살한 채 귀족과 결혼했다. 거친 성격과 형편없는 외모, 가난한 음악가라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다.

이와 반대로 2010년 독일의 음악 학자 클라우스 마틴은 '엘리제'가 베토벤의 음악을 많이 연주했던 가수 엘리자베스 뢰켈이라는 내용의 책을 출판했다. 뢰켈의 별명이 '엘리제'였다는 점에 주목해서다. 그녀는 1813년 작곡가 요한 네포무크 훔멜과 결혼했다. 이 또한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다.

베토벤의 연인에 대한 논란은 이게 처음은 아니다. 베토벤 사후 그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라고 쓰인 수신인 없는 '불멸의 편지' 때문에 지금도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사라지는지. 막달레나는 베토벤이 너무 못생기고 미쳤다는 이유로 퇴짜를 놨고, 월광소나타를 바쳤던 줄리에타 귀차르디는 베토벤을 농락했다. 베티나 브렌타노는 다른 남자와 연애하면서도 베토벤을 희롱했다. 베토벤이 집적거린다고 남편에게 일러바친 여성도 있었다.

결국 평생 결혼하지 못하고 고독한 생을 이어 가야 했던 베토벤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이제 괴상한 전자음향으로 된 '엘리제를 위하여'를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식 피아노로 연주되는 '엘리제를 위하여'가 후진하는 차량에서 울려 나온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의미 있을까. 까칠한 베토벤도 지하에서 잠시나마 웃음 짓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감상을 원한다면…

·CD

빌헬름 켐프(Wilhelm Kempff), DG 글렌 굴드(Glenn Gould), SONY CLASSICAL

[최영옥 음악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70호(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