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옥의 백 투 더 클래식] 베르디 '가면무도회'..名테너들이 사랑하고 아낀 오페라

2015. 4. 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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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3大 테너'로 꼽혔던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가 무엇이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베르디(G.Verdi)의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를 꼽았다. 또 다른 3大 테너로 꼽혔던 호세 카레라스도 비슷한 답변을 했다.

많은 테너들은 가면무도회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무슨 이유일까. 오페라의 주인공은 여성인 경우가 많다. 아름답고 순결한 여성의 사랑과 그에 따르는 희생, 헌신이 슬픈 죽음으로 이어지는 멜로드라마(melodrama)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같은 주인공이지만 유독 더 주목받는 소프라노 때문에 테너들은 섭섭했을 터. 그런 테너의 갈증을 달래준 오페라가 가면무도회다.

1792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오페라극장(Kungliga Opera)에서 가면무도회에 참가하고 있던 왕 구스타브 3세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왕을 암살한 이는 왕궁 근위대 중위 출신으로 구스타브 왕의 친구이자, 개인비서 안카르스트로엠(Ankarstroem)이었다.

귀족 출신 안카르스트로엠은 넓은 영지를 소유한 영주로 보수적인 사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지나치게 개혁적인 왕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고, 뜻을 같이하는 귀족들을 규합했다. 그런 그에겐 아름다운 아내 아멜리아(Amelia)가 있었는데, 하필 왕이 그녀를 오래전부터 사모했다. 아멜리아도 보수적인 남편보다 진취적이고 활달한 왕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졌다. 둘의 관계를 눈치챈 안카르스트로엠은 질투를 감추지 못하고 왕을 암살한다.

40여년 뒤 프랑스 한 작곡가가 이 사건을 주제로 오페라를 만들었지만 작품성이 신통치 않았다. 마침 베르디는 나폴리의 산 카를로(San Carlo) 극장으로부터 나폴리 카니발 때 공연할 오페라를 작곡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베르디는 이 스토리를 읽고 즉각 오페라로 작곡키로 결심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독립주의자 청년의 나폴레옹 3세 암살 실패 사건이 발생하면서 작업에 문제가 생겼다. 당시는 프랑스와 동맹관계에 있는 오스트리아가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시절. 오스트리아는 왕정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작곡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베르디도 어쩔 수 없이 작곡을 취소했다. 그러자 당황한 카를로 극장은 베르디를 약속 불이행으로 법원에 고소한다. 베르디를 '국민 작곡가'로 사랑하던 이탈리아인들이 이 상황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시민들은 베르디를 격려하기 위해 '베르디 만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법원 역시 오페라의 시대 배경과 주인공 설정을 바꿔 작곡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무대는 스웨덴에서 미국 보스턴으로 옮겨진다.

가면무도회는 '부도덕한' 이야기지만, 모처럼 테너가 소프라노를 위해 희생해 죽음을 맞는 오페라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최근에는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것보다는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한 공연이 더 정석이라는 인정을 받는다. 구스타브의 '하지만 그대를 영원히 잃는다 해도(Ma se m'e forza perderti)', 아멜리아의 '내 손으로 약초를 뜯어(Ma dall'arido stelo divulsa)' 등 명아리아들을 만나는 재미도 남다르고. 단 부부끼리는 관람하는 것을 권하고 싶진 않다. 아내들의 마음에 '멋진 구스타브'의 모습만 깊이 각인되겠지.

감상을 원한다면…

·CD

테발디, 레스닉, 바르톨레티 지휘, 산타체칠리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Decca 도밍고, 조수미, 카라얀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DG

[최영옥 음악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4호(2015.04.22~04.28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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