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미래다] "식당도 脫北者는 잘 안써.. 조선族이라 했더니 뽑아주더라"
"식당일 알아보려 전화해서 '탈북자'라고 하니 '우린 탈북자 안 쓴다'며 바로 끊어버리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조선족'이라고 거짓말하고 감자탕집에 취직했어요."
2008년 탈북한 오모(여·51)씨는 일자리 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차별 대우를 떠올리며 가슴이 울컥했다. "왜 조선족은 되고 탈북자는 안 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식당 사장의 말을 듣고 더 서러웠다고 했다. 사장은 "조선족은 돈 벌어 고향 가서 가족들과 잘살겠다는 목적이 뚜렷해서 더러운 꼴을 봐도 그냥 넘기는데 탈북자들은 조금만 안 좋은 대접을 받으면 '목숨 걸고 내려왔는데 왜 우릴 차별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니 다루기가 힘들다"고 했다. 오씨는 "남한 사람들 눈에 우리가 이렇게 비치고 있다는 생각에 비참했다"고 했다.
탈북 여대생 정경미(가명·22)씨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때 같은 반 친구에게 참기 힘든 모욕을 당했다. 반에서 일진회 멤버 중 한 명이 다짜고짜 "너 간첩이지. 김정일한테 우리 얘기 막 다 전하는 거 아니냐"라고 몰아붙였다. 다른 친구가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막았지만 "닥쳐, 이 빨갱이 같은 X"이라고 욕을 했다. 정씨는 "온몸이 떨리고 화가 나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처음으로 내가 이들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정씨 주변의 다른 탈북 여학생은 연평도 사건 다음 날 아예 책상이 없어졌다고 한다. 반 아이들에게 "내 책상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너희 나라로 꺼져"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탈북자 상당수는 이 같은 '차별과 편견의 벽'에 부딪히며 산다. 남북하나재단(이사장 정옥임) 측은 "탈북자들이 차별·무시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소통 방식의 차이'와 '탈북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라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탈북자들에게 그대로 투영하는 잘못된 인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했다. 탈북자 학교인 '하늘꿈나무'의 강윤희 교무팀장은 "한 탈북 학생이 학원 수강을 하고 싶어 문의했더니, 학원 측에서 '탈북자를 받으면 다른 학부모들이 싫어한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결혼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2007년 북한에서 혼자 탈북한 최모(여·29)씨는 "남자 친구가 집에서 반대할까 봐 내가 탈북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조만간 상견례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털어놓을지, 아니면 대행업체에서 '가짜 부모님'이라도 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탈북자 전문 결혼정보회사인 '남과북'의 박지아 대표는 "한국 남성들이 처음에는 북한 여성이 순종적이고 순진하다는 기대와 막연한 호기심 때문에 선을 보지만, 문화적 이질감과 서로 다른 생활 방식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 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면 북한 여성들은 한국 남성들이 젊고 예쁜 여자만 찾는다고 기분 나빠 한다"고 했다. 국내에 온 탈북자 중 남한 출신과 결혼한 사람은 전체의 25.6%에 불과하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47.2%는 북한 출신과 결혼이 꺼려진다고 답했고, 별 거리낌이 없다는 답은 19%에 그쳤다.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남한 출신과 쉽게 결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 출신이라는 사실이 '결격 사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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