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병원, 수상한 원장님

2014. 10. 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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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노숙인들을 어디론가 태우고 가는 승합차.

도착한 곳은 수도권의 한 정신 병원.

요양급여를 타내기 위해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 행위 '픽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병원에선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폭력이 일상화돼 있고,

한 노숙인은 의문 의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병원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또 다른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겸 변호사라는 정황이 나왔습니다.

기부와 무료법률상담 등으로 지역사회 에서 명망을 얻고 있는 원장님...

그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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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성 두 명이 서울역 광장 노숙인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이내 광장 한켠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노숙인들에게 접근하고,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노숙인을 승용차에 태워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 강화 B병원 환자 ▶

"와 가지고 담배도 세 갑, 두 갑 준다고.. 나도 갈 데가 영 마땅치 않아서 거기가 쉼터 같이 한다고 해서 간 거예요."

이들이 도착한 곳은 인천 강화도의 한 정신병원.

자물쇠를 밖에서 채워둔 격리 병실 안에는 환자복도 입지 않은 채 잠 든 사람이 누워 있고

또 다른 격리 병실에선 술 취한 노숙인의 소지품을 검사하고 있습니다.

◀ 강화 B병원 환자 ▶

"영등포에서 술 먹다가 일어나니까 여기야.

와 보니까 이상한 방에서 내가 자빠져 자고 있고, 이게 인신매매지 뭐야 이게 남한테 허락도 안 받고..."

바닷가에 자리잡은 정신병원.

노숙인 백여 명이 서울 곳곳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이 병원으로 실려왔습니다.

노숙인들은 이 병원에 자유가 없었다고 했고, 일했던 직원들은 이곳을 병원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말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병원은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 병원으로 지난해 5월 문을 열었습니다.

섬인데다가 교통도 매우 불편한 곳이지만 개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가 넘쳤습니다.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노숙인들을 차로 실어오는 이른바 '픽업'을 통해 환자수를 채운 겁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자꾸 가서 커피 사주고, 술 사주고 하다보니까, 한번 나가면 3명, 4명씩은 데리고 왔으니까.."

이 병원의 차량 운행일지.

영등포와 서울역으로 이른 새벽에 차량이 나간 것과 픽업해 온 노숙인들의 이름까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환자를 유인하는 건 명백한 불법이지만 픽업은 거의 매일 이뤄졌습니다.

치료는 제대로 했을까.

병원 근처의 한 가게 앞.

모여서 소주를 마시는 이들은 모두 병원에 입원한 노숙인들입니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겠다고 데려왔지만 환자복도 입지 않고 병원 근처에서 버젓이 술을 마시는 겁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말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한다고 하지, 그런 거 전혀 안 해요. 일부러 외출시켜서 술 먹고 오게끔 만드는데요. 좀 오래 있는 환자들은 김선태가 데리고 나가서 술 먹여서 데리고 와요"

"술을 먹었으면 곱게 들어가 자라고 했지. 더 처먹고 싶어서 경찰을 불러?"

환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난무했고, 사실상 감금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 강화 B병원 환자 ▶

"폐쇄동으로 들어가 버리면 그 사람은 거기만 있어야 돼요. 그 사람은 자유가 없고.."

◀ 박OO / 강화 B병원 전 보호사 ▶

"욕설은 기본이고 환자가 반항을 하니까 그냥 들어가서 일단 팬 거죠. 패고 묶어 놓고 잠가놓고 그러는 거예요."

환자들을 더 큰 공포에 떨게 한 건 '코끼리주사'라고 불리는 진정제.

◀ '코끼리 주사' 경험 환자 ▶

"코끼리도 맞으면 넘어간다고 해서 코끼리주사예요. 그걸 사람한테 놔 봐요 어떻게 되나. 저 같은 경우는 아예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3,4일을 누워서 잤어요."

환자들이 말을 듣지 않거나 퇴원을 요구하면 독방에 가두고 주사를 놨다는 겁니다.

환자상태를 확인하고 의사처방을 거쳐 신중히 주사해야하는 향정신성의약품들이지만,

이 병원에선 그런 절차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20일 영등포에서 병원으로 픽업된 박 모 씨.

그는 오자마자 격리병실로 보내졌고, 다음날 아침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유족들에게 박씨의 사망소식도 알리지 않고 무연고자로 처리해 시신을 화장해 버렸습니다.

유족들이 박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건 반년이 넘게 지난 뒤였습니다.

◀ 고 박ㅁㅁ 씨 유족 ▶

"6월에서 7월 경인데 강화경찰서 형사 분이 연락이 와서 갔죠. 그냥 백골만 본 거예요. 뼈 태운 것만, 화장된 그것만..

유족들은 그가 코끼리 주사를 맞고 격리병실 안에 방치된 상태에서 숨진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 고 박ㅁㅁ 씨 유족 ▶

"그 주사 한방이면 코끼리도 쓰러져서 갓난 아이가 때려도 맞는다 이거죠. 아직도 그 연유를 모르죠. 끌려가서 약물로 죽었는지 맞아서 죽었는지.."

시설도 '병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

원래 목욕탕을 개조한 이 건물은무너진 곳이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고,

환자를 가뒀다는 격리병실과 복도에는 화재에 대비한 스프링클러도 없습니다.

위생상태도 엉망이었다고 합니다.

◀ 박OO / 강화 B병원 전 보호사 ▶

"병실이 냄새가 너무 많이 났어요. 씻으라고 그럴 수도 없는 게 100명이 샤워꼭지 하나를 쓰는데..환자복이 다 누더기가 되어서 다 사복 입고 다녀요."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입원 환자 한 사람당 나오는 요양급여를 타내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 따랐습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한 명당 (한 달에) 무조건 180, 200만 원. 한 명이 곧 돈인 거예요. 2주일만 넘으면 한 달치 돈이 보험공단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노숙인을 처음 데리고 오면 조건이 폐쇄병동에 2주 있어야 된다.."

경찰은 이 병원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병원 원장과 사무국장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고 병원은 폐업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 2580이 만난 병원 직원들은 이 병원의 실제 주인은 따로 있고, 그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분노했습니다.

2580은 그 사람을 찾아봤습니다.

강화도 병원의 등기부등본.

지난 해 3월 오 모씨가 이 건물을 경매로 산 걸로 돼 있습니다.

오 씨가 이후 최 모 원장에게 병원 건물을 임대한 셈입니다.

그런데 경찰 수사에서 이상한 점이 포착됐습니다.

계약한 임대료보다 훨씬 많은 돈이 건물주에게 흘러간 겁니다.

계약한 임대료는 월 2750만원, 그러나 지난 8개월간 최원장이 오씨에게 보낸 돈은 5억 5천만원이었습니다.

단순한 임대차 관계로 볼수 없다는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인천 계양구의 정신병원,

오씨는 유명 의대를 나온 정신과 전문의로 이 병원 원장입니다.

오 원장은 명절이면 동사무소에 쌀을 기부하거나 수백만 원씩 성금을 내왔습니다.

오 원장은 또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해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주고,

각종 인권단체와 동료 의사들에게 법률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권변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 동료 의사 ▶

"정신과는 사람들을 강제로 입원하고 퇴원하고 또 치료 과정 중에 인권적인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많이 조언을 해 주고, 또 법률적으로 어떻게 해야지 올바른 치료를 할 수 있나 라는 것들을 많이 앞서서 많이 해 주신 분입니다."

환자를 보호하는 인권 변호사로 알려진 오씨,

그가 원장으로 있는 이 병원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영등포역에서 픽업 요원에 이끌려 오 원장의 병원에 입원한 이 모씨.

◀ 이OO / 인천 H병원 전 환자 ▶

"담배 주냐, 커피 주냐, 다 오케이래요. 그래서 그날 H병원에 아침에 갔고 가자마자 오 원장 만나서 인터뷰 하고 입원이 된 거죠."

다음날 병원에선 그에게 담배를 주며 병실 창문을 비닐로 막는 일을 시켰고,

지시를 잘 따르자 병원 측은 환자인 그에게 병원 전체의 열쇠를 맡기며

서울역에 나가 노숙인을 실어 오는 픽업일을 시켰습니다.

◀ 이OO / 인천 H병원 전 환자 ▶

"아침에 문을 따고 나와서 H병원 엠뷸런스 병원 바로 앞에 인도에 차를 항상 세워놓거든요. 운전 제가 하고 장 계장은 옆에 타고 서울역을 가쟤요."

그는 오 원장 병원에서도 보호사들이 환자를 폭행하는 일이 잦았고,

코끼리 주사를 놓고 격리 병실에 가두는 일도 많았다고 증언합니다.

◀ 이OO / 인천 H병원 전 환자 ▶

"보호사 중에 뚱뚱한 보호사가 하나 있었어요. 이 보호사가 환자들이 욕을 막하고 이러니까 때렸어요. 그때 안구 이쪽이 굉장히 부었었고..독방에 넣은 건 굉장히 흔하죠."

그런데 오원장이 강화도 병원도 사실상 운영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강화도 병원의 원무과장은 오 원장이 늦은 밤 병원에 오거나, 컴퓨터로 원격 접속해 환자들의 처방 기록을 조작했고, 보험공단에 더 많은 돈을 청구했다고 말합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오 원장이 직접 병원을 안 오면 전화가 와요. 저한테. 1층 데스크에 올라가서 컴퓨터를 켜라고 하고. 그러면 원격으로 자기가 그것을 다 바꿔요 일일이. 한달에 3천만 원을 더 벌 수 있는 건데.."

강화도 병원이 개원하면서 채용된 직원 대부분이 오 원장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고,

병원 이름만 다를 뿐 노숙인을 픽업해서 운영하는 방식 모두 오 원장 병원에서 그대로 옮겨진, 사실상 하나의 병원이었다는 겁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병원 마스터키가 H병원하고 B병원하고 똑같아요. 내가 H병원 가서 문 마음대로 열고 들어가요. 같은 병원이었는데.."

오 원장을 찾아갔습니다.

인권변호사에 걸맞게 진료실엔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 위촉장과 대한변협 장애인 법률지원 변호사 임명장이 걸려 있었습니다.

오 원장은 자신의 병원에서 노숙인을 유인하는 픽업은 단언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 오OO / 인천 H병원 원장 ▶

"저희 병원 직원 누구한테든 물어보세요. 그런 적은 저희 병원에서는 전혀 없고요. 그런 경우는 전혀 없어요."

하지만 2580이 입수한 차량 운행 일지에는 수시로 영등포와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데려와 오 원장 병원에 입원시킨 내용이 상세히 나옵니다.

픽업차량은 오 원장 병원을 거쳐 강화도로 가 노숙인들을 또 입원시킨 것으로 돼 있습니다.

◀ 오OO / 인천 H병원 원장 ▶

("새벽 4시 30분에 영등포에 픽업을 나가서 환자를 한명 실어서 아침 8시에 H병원에다 입원시켰다. 1병동에.. 라는 기록이 나와요.") "여기 지금 환자들이 수십 명인데 그 중에서 한두명 온 거예요." ("한두 명이 아니잖아요, 지금") "아니 그러니까 그만큼 몇 명씩 있는 건데 실제로 확인하면 입원 안 된 경우도 있어요."

강화도 병원의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선 자신은 그저 건물주일뿐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2580이 입수한 강화도 병원의 금전출납부를 보면 오 원장 지시로 픽업팀에게 돈을 지급한 기록과

오 원장 병원에서 작업비와 간식비 명목의 돈이 여러 차례 입금된 것으로 나옵니다.

◀ 오OO / 인천 H병원 원장 ▶

("영등포 박ㅁㅁ, 오 원장님 오더 지급 5만 원. 박ㅁㅁ라는 분이 제가 알기로는 픽업팀 사람이거든요.") "제가 개인적으로 그분이 우리 병원에서 뭐 한 게 있어서 돈을 준 것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준 돈을 병원 금전출납부에 기록을 하나요?") "그러니까 이게 만약에 이것만 가지고 볼 수 없고 이게 자초지종이 있어야 되니까.."

의혹은 더 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오 원장의 병원과 강화도의 병원, 그리고 오 원장이 일했던 또 다른 정신병원이 장기간 환자를 교환하며 입원시켜온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한 환자가 6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면 보험 급여가 적게 나오는데, 이때쯤 환자를 퇴원처리하고 다른 병원으로 보내 입원시켜 계속 돈을 받아내는 수법인 겁니다.

◀ 수사 담당 경찰관 ▶

"환자가 5-6백 명이 고정적으로 돌았죠. 2011년부터 순회입원이 되면서 약 300억 원정도 되는 거예요. 실질적으로 오 원장 호주머니로 다 들어간 거죠."

그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오 원장의 병원 운영이 인권변호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합니다.

◀ 김OO / 강화 B병원 전 원무과장 ▶

"병원에서 사람 목 매고 자살한 사람도 있고 뛰어내려서 자살한 사람도 있고 많았어요. 노숙인들 때문에 돈을 버는 건데 이거 해도 해도 너무 심하다고.."

◀ 박OO / 강화 B병원 전 보호사 ▶

"인권변호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기가 막히더라고요. 이런 인권변호사들은 인권을 너무 잘 알아서, 인권을 누르면서 돈을 버시죠."

검찰은 오 원장을 병원 이중 개설 혐의로 기소한 상태이고, 공판은 이달 말 열립니다.

하지만 각종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그의 병원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선 아직 어떤 수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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