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트렌드] 월드컵 독일 팀의 숨은 병기 '매치 인사이트'

2014. 7. 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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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소프트웨어로 정교한 분석..각국 대표팀의 구매 '0순위'

드디어 2014 월드컵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언제나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는 수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곤 한다. 이번 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국에도 숱한 뉴스를 생산해 냈다. 다만 기대에 비해 좋지 않은 성적 때문인지 예전보다 월드컵의 열기를 많이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긴 했다.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월드컵은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만 개최됐고 월드컵 생중계를 보기 위해서는 잠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밤잠을 설친 여파는 한낮의 졸음으로 이어지고 생산성 저하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위험까지 만들어 내는 게 월드컵이다. 물론 이런 스포츠 이벤트에 월드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역시 한국 주변을 벗어나 개최되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생활을 괴롭히는 스포츠 이벤트는 비단 월드컵과 올림픽 같은 지구촌 축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는 대학의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개최되는 덕에 만년 꼴찌 팀은 본의 아니게 팬들이 시험에 집중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강팀이 떨어지고 의외의 팀이 승승장구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특히 전차군단 독일이 우승 후보 포르투갈을 4-0으로 완파하며 일찌감치 비행기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게 했을 때부터 빅 데이터로 무장한 독일 대표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감독의 경험(혹은 의리)과 데이터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이 크게 벌어졌던 것이 이번 월드컵이라고 봐도 좋은데, 독일의 빅 데이터 축구는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과의 준결승을 7-1 대승으로 이끌었다.

어지간한 기업들이 구축, 온갖 데이터를 담고 있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분야의 대표 기업은 독일의 SAP다. 독일축구연맹은 월드컵을 앞두고 SAP에 요청해 '매치 인사이트'란 소프트웨어를 특별 제작했고 독일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 때 몸에 여러 개의 센서를 부착,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로부터 각 선수들의 장단점을 정교하게 파악했는데, 이미 월드컵이 열리기 전부터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했다.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경기 장면을 수시로 촬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된 결과는 코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이를 통해 각 선수들은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된다. 가령 어떤 지점에서는 오른발로 차는 슛이 골로 연결될 확률이 더 높은데 비해 다른 지점에서는 왼발로 차는 게 좋다는 등의 세밀한 맞춤형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

스포츠 승률 높이는 데이터 수집

사실 스포츠에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 대표팀의 '매치 인사이트'가 아니더라도 TV 중계 화면의 아랫 부분에는 수시로 각종 통계 수치가 제시된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선 각 선수와 팀들이 경기 시간 동안 뛴 거리를 표시해 주기도 했는데, 많은 이들이 이 거리를 어떻게 측정했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이제는 당연히 TV 중계에서 제공해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볼 점유율 역시 초창기에는 그 측정법과 정확성에 대해 궁금했었다. 각자가 주먹구구식으로 점유율을 추측할 수도 있지만 스톱워치를 몇 개 들고 각 팀이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의 시간을 일일이 수동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 혹은 TV 화면을 인식해 어느 색깔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공을 갖고 있는지 판단해 볼 점유율을 계산한다거나 모든 선수들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추적해 실제 뛴 거리를 재는 등의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축구뿐만 아니라 미식축구·농구 등 모든 종목은 각종 데이터를 쏟아낸다. 야구 경기 중간중간의 상황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보여주며 이후의 진행을 예측해 주는 TV 중계는 우리에게 월드컵 본선 진출이나 조별 리그 통과 때마다 등장하는 경우의 수 이외에도 스포츠 경기에는 더 다양한 조건부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특히 미국의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으면 누가 저런 통계까지 계산했는지 모를 분석들이 등장하곤 한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심판의 신호 이후에는 작전 타임이나 공수 교대 등이 없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축구는 어찌 보면 다양한 수치화와 이에 기반한 통계 처리가 타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종목이다. 공수 교대뿐만 아니라 각 타석과 투구마다 경기가 구분되는 분절적인 스포츠인 야구는 미국 국민들에게 다양한 통계 분석 결과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부동의 인기 순위 1위를 달리는 스포츠 종목인 미식축구는 그야말로 통계의 향연을 보여주는 분절적 스포츠다. 유달리 전 세계에서 미국에서만 축구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데, 혹자는 그 이유를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통계의 향연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축구의 근원적 한계를 꼽기도 한다.

한국 팀 발전 대책에 ICT 육성도 포함돼야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발전에 힘입어 빅 데이터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여러 기업에서 빅 데이터를 활용하려는 노력 또한 활발하다. 어찌 보면 스포츠 분야는 이러한 빅 데이터의 분석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적용하고 있는 분야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며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 대표팀의 '매치 인사이트'는 각 선수들에게 부착된 4개의 센서를 통해 지금까지 확보하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얻어 낸다. 센서는 선수들의 운동량뿐만 아니라 순간속도, 슈팅 동작과 방향 등을 수집하며 골키퍼는 6개의 센서를 부착한다. 각 센서는 분당 1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만들어 내며 90분의 전·후반 경기 동안 각 선수는 432만여 개의 데이터를 생성해 결국 한 팀이 총 4968만여 개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제 이번 월드컵 이후 SAP의 솔루션은 각국 대표팀의 구매 순위 0순위 제품이 될 것이다. 그러면 독일 대표팀은 SAP와 함께 새로운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도구를 개발할 것이고 다른 대표팀 역시 각자의 파트너를 찾아 다음 월드컵에 대비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만 놓고 보자면 '의리'보다 빅 데이터가 우세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빅 데이터 분석과 적용이 항상 승리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스포츠는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이고 경기를 지배하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몇 년 전 개봉된 '머니볼'이라는 영화는 빅 데이터에 기반해 상대적으로 연봉이 싼 선수들로 최고의 효율을 가진 팀을 구성해 만년 꼴찌 팀을 상위권 팀으로 탈바꿈시킨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오클랜드는 지속적으로 월드 시리즈 우승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정작 포스트 시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보다 긴 호흡의 시간을 갖고 선수들의 성과 등을 분석한 결과가 포스트 시즌과 같은 단기전에는 잘 적용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단기전에서는 몇 개의 예외가 경기 결과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어서 이러한 예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가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독일이 쏠쏠한 재미를 본 월드컵은 단기전이라고 봐야 하는지, 야구의 페넌트레이스와 같은 장기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빅 데이터가 활용되는 방법과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그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필자도 몇 년 전 각종 프로스포츠의 통계 자료를 활용해 치열한 스포츠 현장에서 오랫동안 좋은 성과를 내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 경력 초기에 실전 경험을 많이 갖는 선수들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미국 프로야구가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마이너리그 시스템은 비록 당장의 실력이 조금 모자란 선수들에게도 실전 경험을 많이 제공, 결국 프로야구 전체로 봐서는 보다 많은 선수들이 성공하도록 하는 시스템 차원의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도 이와 같이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해 보다 많은 성공을 일으키도록 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한편 한동안 관심을 모을 신임 감독 선임과 같은 축구 대표팀의 발전 대책에 SAP와 같은 ICT 기업 육성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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