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핀란드에 막걸리 수출?

따루 살미넨·작가 겸 방송인 2016. 5.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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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편지 한 통이 왔다.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 주소를 어떻게 알았지? 한때 펜팔 친구들이 많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15년 만에 처음 받은 손편지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편지를 뜯었다. 세상에! 맥주를 빚는 것이 취미인 핀란드 사람이 한국의 고유 발효주인 막걸리 이야기를 듣고 내게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어디선가 내가 한국서 막걸리 주점을 운영하고 있단 걸 들었나 보다.

그는 핀란드에서 막걸리를 빚어보고 싶다고 썼다. 이미 한 번 빚어봤는데 누룩을 구할 수가 없어서 핀란드식 호밀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발효된 반죽을 대신 사용했는데 맛이 괜찮았다고 했다. 진짜 한국 누룩을 쓰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려고 몇 번 시도했는데 쇼핑몰은 다 한국어로 되어 있고 문의를 영어로 보내도 답이 없었다고 했다. 그럼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가 대신 누룩을 주문해서 우편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핀란드에서 파는 쌀도 한국 것과 다르기 때문에 멥쌀과 찹쌀도 조금씩 보내줬다. 찹쌀을 사용하면 거부감 없는 단맛을 낼 수 있다. 멥쌀을 사용하면 좀 더 드라이(dry)한 맛이 난다. 맛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데 물도 좋고 공기도 좋아야 하는데, 이 조건만큼은 핀란드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천혜의 환경일 것이다.

나도 핀란드에 가면 막걸리를 종종 빚는다. 한국에서 항상 누룩을 가져간다. 막걸리를 빚을 땐 황국균(黃麴菌), 즉 노란 곰팡이가 들어 있는 전통 누룩이 좋다. 왜냐하면 전통 누룩으로 빚은 막걸리는 향이 정말 구수하다. 과일 향까지 난다.

누룩은 막걸리의 씨앗이다. 그동안 대량생산된 막걸리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도입된 백국균(白麴菌)을 이용해 만들어왔다. 백국균은 황국균에 비해 고른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토종 곰팡이인 황국균은 관리가 더 까다롭다. 대신 더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다. 대량생산이 어려웠는데 얼마 전에 정부에서 막걸리 제조에 적합한 곰팡이와 효모 등 국산 발효종균 발굴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전통 누룩을 이용해 막걸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참에, 핀란드에 막걸리 양조장 하나 설립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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