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국인은 전부 가수?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한국 가수는 김광석이다. 핀란드 음악도 경쾌한 곡보다 슬픈 노래가 훨씬 많아서 그런지, 그의 노래에 담긴 구슬픔과 절절함이 내 마음을 울렸다. 한국말을 제대로 못 할 때였는데도 그랬다. 학교에서 김광석에 대해 발표한 적도 있고, 지금도 그의 노래 가사를 대부분 외운다.
평소 자주 어울리는 친구 중 노래를 특별히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애창곡이 바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이등병의 편지' 등 김광석의 명곡이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 앞 자취방에서 친구들끼리 어울려 술 마시고 놀 때면 그는 꼭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때마다 난 '꼭 가수 하라'고 당부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충고였다. 노래방에 갈 때마다 놀란다. 친구들이 노래를 어찌나 잘하던지! 한국은 정말 온 민족이 가수 같다.
최근 한국인이 핀란드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핀란드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보이스(voice) 오브 핀란드'에서 김수현이라는 한국 여성이 나와서 탁월한 노래 실력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핀란드에 시집온 그녀는 매주 칭찬을 받으며 우승 후보까지 올랐다가 아슬아슬하게 준결승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는 핀란드의 첫 한국인 출신 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사람들은 왜 노래를 그렇게 잘할까. 구강 구조가 다른 건가. 예전부터 농사를 지으며 노래를 불렀던 전통이 있어서 그런가. 정말로 '그것이 알고 싶다'. 내 추측은 그 많은 노래방에서 매일 단련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도 노래방에서 조용필처럼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하며 애틋하게 부르고 싶지만, 목소리도 예쁘지 않고 음정도 자주 틀린다. 그래서 곤드레만드레 취하기 전까지는 절대 노래는 안 부르고 탬버린만 친다.
마음속 비밀 소원 중 하나가 노래 학원을 다니는 것이다. 노래방에서 '먼지가 되어'를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부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때까지는 요즘 나의 가슴을 울리는 '복면가왕'의 '우리 동네 음악대장' 노래나 감상하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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