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공습, 적 한 명 잡는데 4400만원

2014. 10. 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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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32) 테러리즘과 IS 공습

▶ 정문태

 1990년부터 타이를 베이스 삼아 일해온 국제분쟁 전문기자. 23년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코소보를 비롯한 40여개 전선을 뛰며 압둘라흐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등 최고위급 정치인 50여명을 인터뷰했다. 저서로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2004년), <현장은 역사다>(2010년)가 있다. 격주로 국제뉴스의 이면을 한겨레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우리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대테러리즘 전략을 통해 이슬람국가(IS·아이에스)를 무찌르고 전멸시킬 것이다."

9월10일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방송 연설에서 군사작전 가능성을 흘리고 13일 뒤인 9월23일 새벽 미군은 기어이 시리아를 공습했다. 구축함 알리버크가 홍해에서, 순양함 필리핀시가 페르시아만에서 시리아의 아이에스 본거지인 락까로 날린 토마호크 미사일 47발을 신호탄 삼아 페르시아만의 항공모함 조지 부시에서 F-16, F-18, B1 전폭기들이 발진해 시리아와 이라크, 터키 국경까지 무차별 공습했다. 최첨단 스텔스기라 불러온 F-22 랩터도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 10월9일 현재 미군의 시리아 공습은 116회를 넘었다. 앞서 8월8일부터 시작한 이라크 쪽 아이에스 공습은 271회에 이르고 있다. 미군의 시리아 공습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같은 중동 5개국에 이어 지난주부터 영국,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뛰어들어 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원하던 돈잔치 벌어졌나

그사이 미군은 해외임시작전비(OCOB)에서 당겨온 아이에스 공습 비용만으로도 시리아 정부 1년치 군사비 18억7천만달러(2012년 기준)의 반을 웃도는 11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어림잡아 1조1천억원이 넘는 돈이다. 시리아와 이라크에 진 친 아이에스 조직원을 모두 2만5천여명으로 꼽는다. 이건 두어달 동안 미군의 작전 비용이 적 한명당 4400만원을 웃돌았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비용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보면 아마도 인류사에서 가장 '비경제적인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군산복합체로 굴러가는 미국 경제가 원하던 바다. 이미 돈잔치는 벌어졌다. 미군이 아이에스를 공습하고부터 군비 지출 기대 심리가 폭발하며 미사일, 폭탄, 전폭기를 만드는 전쟁업자들이 때를 만났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만드는 록히드마틴 주가는 9.3%나 뛰었고 토마호크 미사일 제작사인 레이시온은 시리아 공습 뒤 미국 해군과 2억5100만달러어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현재 수준 공습에만도 연간 24억~38억달러가 들고 공습 강도를 높일 경우 42억~6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데 미군의 아이에스 공습이 어떤 효과를 거뒀는지는 아직 드러난 바 없다. 오바마 연설 뒤 곧장 아이에스는 주력을 분산시켰고 민가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미군이 지원해 온 시리아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 대변인 후삼 마리에는 "현재 미군이 빈 건물들만 공습하는 꼴이다. 오히려 미군 공습이 자유시리아군과 민간인 희생자만 내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시민들 삶터를 발판 삼아 게릴라전을 벌여온 아이에스는 타격점이 분명치 않아 공습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결국 민간인 희생자만 낼 것이라고 내다봤던 거의 모든 전문가들 말이 현실로 드러나는 셈이다.

이쯤에서 미국 정부가 시리아 공습에 빌미 삼은 테러리즘이란 말을 따져볼 만하다. 이 테러리즘을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은 '폭력적 행위에 따른 극심한 두려움'이라고 풀이한다. 테러리즘(terrorism)은 큰 두려움을 뜻하는 라틴어 테로렘(terrorem)에 뿌리를 둔다는데 테러(terror)란 영어는 프랑스혁명 때 대중의 두려움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1793~1794년)를 일컫는 테뢰르(terreur)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로부터 테러는 주로 체제에 도전하는 무장 세력들의 행위를 일컫는 말로 굳어져 왔다. 미국 육군 대테러리즘 작전개념은 테러를 '폭력이나 폭력적 위협으로 정치, 종교, 이념적 목표를 이루고자 공포를 일으키는 행위'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연구자들 사이에 이 테러리즘이란 말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금껏 등장한 테러리즘 개념만도 100가지가 넘는데다 무엇보다 그 의미가 아주 큰 상대성을 지닌 탓이다. 예컨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안중근을 한국에서는 영웅으로,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로 부르듯이 서로 다른 정치적 상황이나 역사적 경험을 하나로 매조지기 힘든 까닭이다. 테러리스트 수괴로 낙인찍혔던 하마스의 창설자인 아흐마드 야신도 좋은 본보기다. 그이는 2000년 나와 인터뷰 자리에서 "한국 사람들은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라 부르는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위해 싸워 온 나를 테러리스트라 부른다면 그걸 기꺼이 훈장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여기서 미국, 이스라엘과 정치적 입장이 전혀 다른 팔레스타인 사람들한테 테러리즘이란 말은 일방적 용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그동안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은 헤즈볼라, 하마스, 알카에다, 탈레반, 타밀타이거, 제마 이슬라미, 신인민군(NPA) 같은 수많은 무장조직들을 취재해 왔지만 아직도 그 테러리즘이란 말뜻을 또렷이 짚어낼 재간이 없다. 다만 현실 속에서 그 테러리즘이란 용어가 사전적 의미나 학문적 개념과 전혀 달리 '미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미국을 해코지하는 개인이나 조직의 행위'쯤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몸에 익혔을 뿐이다. 말하자면 이 테러리즘이란 용어는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적을 규정하는 말로 굳어져 왔다는 뜻이다.

IS 공습비용만으로도 시리아의1년 군사비 반 웃도는 11억달러시간 지날수록 비용 늘어나며가장 비경제적 전쟁 될 가능성군산복합체 미국경제 원하던 바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 개념을개인과 조직 넘어 국가로 확장아프간과 이라크, 리비아 이어지금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IS 공습은 곁가지일 뿐이다

탈레반·크메르루주 등과의 과거를 캐면…

물론 국제사회에서 테러리스트 심판관도 미국이다. 미국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으면 나토를 비롯한 69개 미국 군사동맹국과 156개 미군 주둔국이나 파견국은 자동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이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으면 그 조직은 민주화든 인권이든 독립이든 뭘 내세웠던 상관없이 그날로 바로 테러리스트가 되고 마는 판이다. 미국이 만든 테러리스트엔 악마도 천사도 없다. 오직 미국의 이익만 있을 뿐이다. 한때 발칸반도를 끼고 마약거래로 악명을 떨쳤던 자들이 미군의 유고 공격(코소보 전쟁)에 협력하면서부터 즉각 독립투사가 되었다. 바로 코소보해방(KLA)군이다. 반대로 인종차별에 맞선 투쟁으로 인류사에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2008년까지 미국 국무부의 공식 테러리스트였다. 그러니 버마 군사독재에 맞서온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같은 민주세력들이 테러리스트가 되었다고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9·11공격 뒤 느닷없이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2010년에야 풀렸던 버마학생민주전선은 왜 자신들이 테러리스트가 되었는지 영문도 몰랐다.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탄케는 "비공식라인을 통해 미국 국무부의 '실수'였다는 한마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렇게 실수로도 국제 테러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국 국무부의 대테러국은 이민국적법(INA) 219조에 따라 미국 국민과 국가안보(국방, 국제관계, 경제적 이익)를 위협하는 국제조직 59개를 현재 테러리스트에 올려두고 있다. 그 목록을 훑어보면 미국이 뜻하는 테러리즘의 정체가 좀 더 또렷이 드러난다. 59개 테러리스트 가운데 실체도 없는 일본의 옴진리교나 이미 사라진 타밀타이거 그리고 필리핀의 신인민군 같은 몇몇 이념 투쟁조직을 빼고 나면 나머지는 모조리 하마스, 알카에다, 아이에스 같은 무슬림 무장단체들뿐이다. 이건 미국 정부가 이슬람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러리스트에 맞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지닌 건 미국이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세상을 결집할 수 있는 건 미국이다. …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제거하고 파괴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는 건 미국이다…."

9월10일 오바마 연설을 다시 귀담아들어볼 만하다. 시리아에 진 친 테러리스트인 아이에스를 공격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자리에서 오바마는 냉전 때부터 유일한 핵무기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동의 친러시아 정부인 시리아를 대놓고 겨냥했다. 이제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 개념을 개인이나 조직을 넘어 국가로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확고한 선언을 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미 대통령 조지 부시 시절 테러리즘을 앞세워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과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폐허로 만들 때부터 그 전조는 나왔다. 그게 오바마로 넘어와 무아마르 카다피의 리비아 공습으로 이어졌고 지금 바르샤 아사드의 시리아로 향하고 있다. 아이에스 공습은 곁가지일 뿐이다.

미국의 적, 그 테러리스트들 뿌리를 캐보자. 1999년 사라진 크메르루주를 볼만하다. 민주캄푸치아 정부를 이끌었던 크메르루주가 1979년 베트남 침공으로 쫓겨나자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비밀리에 크메르루주한테 무기를 지원했다. 1989년 베트남군이 물러나면서 크메르루주 유효기간이 끝나자 미국은 1997년 그 크메르루주를 테러리스트로 낙인찍었다. 1980년대 중동의 친러시아 한 축인 이란을 견제하고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키운 것도 미국이었다. 그러고는 2006년 테러리스트 배후라며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것도 미국이었다. 1980년대 소비에트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아랍 출신 자원병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키운 것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고 소비에트 군대가 철수한 뒤 1994년 이란 혼란조성용 자금 가운데 2천만달러를 불법으로 빼내 파키스탄 군정보국(ISI)을 통해 물라 오마르를 지원하면서 탈레반을 키워낸 것도 미국 중앙정보국이었다. 그렇게 미국이 설계하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뒷돈을 대고 파키스탄이 병참지원으로 만들어낸 게 탈레반이었다. 그 탈레반에 더부살이하면서 덩치를 키운 게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였다. 그 테러리스트들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남진정책을 봉쇄하고 중앙아시아의 가스와 석유 수송로를 노린 미국의 중앙아시아 정책이 낳은 아이들이었다.

3만달러 픽업트럭 파괴에 50만달러 들어

현재 미국이 시리아 공습의 빌미로 삼은 아이에스도 다를 바가 없다. 2012년 10월14일치 <뉴욕 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선 반군에게 지원해온 거의 모든 무기가 강경파 이슬람 지하드 단체로 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무기 지원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고 강경파 이슬람이란 아이에스를 일컫는다. 미국은 목표인 아사드 정부를 몰아내고자 그동안 시리아 반군들을 지원해왔고 그 가운데 아이에스가 세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적, 테러리스트로 둔갑했다. 지금 미군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아이에스를 박멸하겠다며 자신들이 아이에스한테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무기들을 막대한 전비를 들여 파괴하고 있는 꼴이다. <포린 폴리시>가 10월8일치에서 '아이에스의 3만달러짜리 픽업트럭을 파괴하는 데 드는 (미군) 비용이 50만달러'라고 비꼰 게 외신판에서 화제가 된 것도 그래서다.

이렇듯 미국의 적, 테러리스트들은 한때 모두 미국을 위한 자유투사들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리고 미국한테는 적의 적이 늘 동지가 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바로 미국이 말해온 테러리즘의 정체다.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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