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cope] 윤상직 산업장관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전기요금 발언

손희동 기자 2014. 7. 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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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까지는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하겠다."

지난 25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이 말 한마디에 다음날인 26일 한국전력공사(015760)의 주가가 7%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화들짝 놀란 국내 기관들이 600억원 가까운 순매도를 보이며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입니다.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본건 일부 투자자일 것입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더없이 반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발언을 곱씹어 보면 윤 장관의 이번 발언이 반드시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윤 장관은 앞으로 전기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당위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7월 1일부터 화력발전 원료인 유연탄에 대해 개별소비세가 부과돼 2% 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에너지 가격이 하락세이고 원화강세 요인도 있어 올해는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이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년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윤 장관은 이번 발언을 통해 전기요금의 내년 인상 가능성을 미리 열어둔 셈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인상폭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말이죠.

한바탕 소란을 겪은 증권가는 다소 허탈하다는 표정입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올해엔 올리지 않겠다는 식의 의지를 피력해 혼란만 커졌다는 것입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윤 장관의 호언이 아니더라도 올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여럿 됩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습니다. 덕분에 한국전력은 올 1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죠.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원자력 발전의 가동률도 높습니다. 지난해 2분기 68%에 그쳤던 원전 가동률은 올 2분기 85%선을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덕분에 전력수급도 상당 부분 안정됐고 발전비용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11월 시행 예정인 베스팅계약 제도도 전기요금을 안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베스팅계약이란 발전사와 구매자(한전)가 가격·물량 등을 사전에 계약해 거래하는 제도입니다. 전력거래가격이 그때그때 흔들리기 위한 걸 막기 위한 장치로 증권가에선 제도가 시행되면 연간 6000억원의 비용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들이 여러차례 비용절감 노력을 통해 구조적 개선을 이뤘다는 것도 전기요금 인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입니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방만경영 개선을 통해 사내 복지를 축소하는 중입니다. 과도한 복지와 보너스를 줄여 그 혜택을 국민에게 돌려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윤 장관이 연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올해는 인상 명분이 없었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전기요금 인상 유보 발언에 대해 "한전 실적이 그만큼 좋다는 걸 정부도 인정한 것"이란 분석도 내놓습니다. 결국 달라진 건 아무 것는 없는 가운데 주가만 출렁거린 셈이 됐습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연내 인상유보를 강조한 듯 보이지만 실제 이번 발표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며 "정책 집행자 입장에서 정책방향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고충을 이해하지만, 이번 발언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것 아닌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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