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왕훙' 한마디면, 유커가 우르르르

유부혁 입력 2016. 5. 24. 00:02 수정 2016. 5. 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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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어 50만 명 이상 블로거"게시물 1건에 1000만원 받기도"2010년 롯데백화점이 시작국내 유통업계 앞다퉈 모시기"신뢰도·전문성 따져 왕훙 택해야"
천후이셴

“한국엔 1년에 7~8회 정도 오는데 절반은 초청 행사 때문이죠.” 지난 7일 수원시 매산동의 AK타운 내 쇼핑몰 AK&에서 만난 중국인 천후이셴(27)의 말이다. 그가 말한 초청 행사란 기업들이 자사 또는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진행하는 관광 설명회(팸투어)다.

천후이셴은 중국판 페이스북인 ‘웨이보’와 중국판 트위터인 ‘위챗’에 각각 74만 명과 17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파워 블로거다. 그는 “웨이보, 블로그, 뷰티 앱과 같은 커뮤니티 10곳에서 내 게시물을 보는 사람은 1000만 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천후이셴과 같이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높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파워 블로거를 ‘왕훙(網紅)’이라 부른다. ‘왕뤄훙런(網絡紅人· 인터넷 스타)’을 줄인 말로 왕(網)은 그물, 훙(紅)은 '주목받는, 잘 되는, 인기 있는'이란 뜻으로 촘촘한 인맥을 의미하는 말이다. 관련 업계는 대략 팔로어 수 50만 명 이상을 거느린 블로거를 왕훙으로 분류한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 마케팅을 늘리면서 왕훙이 ‘왕’ 대접을 받고 있다. 애경그룹은 천씨를 포함 10명의 왕훙을 초청했다. 지난 6일~9일 치러진 행사는 그룹 계열사가 비용을 분담했다. 6일 제주항공을 이용해 입국, 노보텔 엠베서더 수원에 짐을 푼 왕훙 10명은 7일 애경 화장품 브랜드를 체험하고 AK플라자가 지급한 100만원 상당의 쇼핑 바우처를 지급받아 AK플라자와 AK&에서 쇼핑을 했다. 8일엔 애경 지원으로 수원 시내 등을 자유롭게 관광하고 9일 제주항공 편으로 중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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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복 애경 부장은 “10명의 웨이보 팔로어 수만 합해도 5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10곳의 하루 방문자는 대략 1억5000만 명”이라고 말했다.

‘왕훙 팸투어’는 2010년 롯데백화점이 유명 뷰티 블로그 운영자 웨이단·웨이청 자매를 초청한 게 시초다. 지난해 1월과 10월엔 4명, 올해 2월에도 3명의 중국인 파워블로거가 롯데백화점 소공점을 찾았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블로거로 ‘신라다가(新羅大?·신라전문가)’를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을 각자의 커뮤니티를 통해 홍보하는데 지난해 9월~올해 2월 1기 멤버 100명을 뽑았다. 당장 웨이보 팔로어 수와 페이지 방문자 수가 급증하는 효과를 맛본 신라 측은 올 4월~12월의 2기 멤버를 150명으로 늘렸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인터넷면세점 포인트를 제공하고, 매월 우수 멤버를 뽑아 서울·제주 항공·숙박권 등을 지급한다”고 했다.

유통 기업들이 왕훙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SNS를 통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기업이나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은 입소문엔 약하다”면서 “지난해 10월 다녀간 파워블로거의 롯데백화점 소공점 쇼핑기는 300만 뷰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 왕훙 팸투어를 연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신세계백화점 웨이보 페이지 가입자 수가 한 달 만에 100만 명 증가했다.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혔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 증가도 한국 기업들이 ‘왕훙’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강영복 애경 부장은 “최근 입국하는 유커 절반 이상이 개별 관광객”이라며 “개별 관광객 유치를 위해선 콘텐트로 경쟁해야 하는 만큼 왕훙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성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자체 분석에 따르면 왕훙을 통한 중국 내 콘텐트 노출 효과는 일반 매체보다 5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엔 LG생활건강이 마케팅 회사 투에이비(2AB)를 통한 왕훙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오휘(OHUI) 제품 체험 게시글은 1억 뷰를 돌파했다. 2AB는 왕훙 네트워크를 구축해 둔 중국 지사와 연계해 국내 기업의 중국 마케팅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입소문엔 대가가 따른다. 천후이셴은 “내가 올린 게시글은 대부분 협찬을 받고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남영 2AB 운영실장은 “왕훙은 4등급으로 나뉘는데, 연예인과 같은 ‘셀러 등급’, 최고 전문가 블로거인 ‘KOL(Key Opinion Leader)’, ‘A, B’ 등급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KOL 등급은 게시물 한 건당 평균 500만 원 정도를 받는데, 등급 내에서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우는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파악한 왕훙 숫자는 2000명 정도고, 그 중 300명 정도가 국내 기업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영향력이 큰 왕훙은 소속사를 두고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2AB처럼 중국 내 왕훙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비스하는 기업은 제일기획 자회사인 펑타이, HS애드 차이나 등 10여개다.

왕훙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천후이셴은 “지난해만 유럽, 미국 등 30곳을 다녔다”고 말했다. 그가 블로그에 올리는 품목도 화장품, 시계, 자동차, 숙박시설, 쇼핑몰, 음식점 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쇼핑이나 관광 관련 행사엔 별도로 ‘쇼핑 지원’을 명목으로 쇼핑 바우처를 지급한다. 천후이셴는 “100만~300만원까지 현금을 지원받은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애경 팸투어에 참가한 또 다른 왕훙 저우첸한(周??·여·29)은 화장품 전문 블로거다. 그가 올리는 게시물은 건당 2만 번 이상 공유된다. 그에게 중국 소비자들이 어떤 게시글에 주목하는 지 물었다. 그는 애경 화장품 AGE투웨니스를 예로 들며 “에센스와 파운데이션을 결합한 에센스 팩트의 원조 제품이란 걸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원조를 중시한다. 또 제품 홍보모델은 누구인지, 한국 내에서 이 제품이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설명하면 더 주목한다”고 말했다. 저우첸한은 “사용해보고 좋아야 후기를 올린다. 왕훙도 신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수입을 밝히길 꺼렸다. 하지만 “수입이 억대가 넘느냐”는 질문엔 고개를 끄덕였다.

왕훙 마케팅을 진행하는 한국 기업들은 유커를 대상으로 한 판매 촉진 뿐 아니라 중국 현지 제품의 판매 증가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SNS 마케팅이 실제로 매출 증가와 얼마나 연결되는 지는 미지수다. 저우첸한은 “한국 제품 마케팅과 관련해 연락 온 브랜드만 20곳 이상일 만큼 홍보엔 적극이지만 짝퉁이 많아 막상 한국 제품을 중국에서 구매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큰 돈을 투자하는 마케팅인 만큼 어떤 왕훙을 활용할 것인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무작정 팔로워 수를 보고 홍보를 요청하는 것보다는 해당 왕훙의 게시글 공유 횟수와 신뢰도,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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