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특파원 블로그] AIIB 부총재 홍기택 첫 연차총회 실종사건

입력 2016. 6. 27.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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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 월드 호텔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첫 연차총회가 열렸다. 창립 6개월 만에 열리는 총회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4개국에 대한 1호 투자를 의결하는 중요한 회의였다.

57개 회원국 대표들과 대표를 수행하는 각국 공무원들로 호텔은 이른 아침부터 붐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역내 회원국 대표로 기조연설을 했고, 내년 총회 개최지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하지만, 한국 공무원들의 얼굴에는 야릇한 불안감이 흘렀다. 한국 몫으로 AIIB 부총재 자리를 꿰찬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의 등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홍 부총재는 얼마 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 지원은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로,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재가 등장하면 기자들이 달라붙어 대우조선 부실 문제를 물을 게 뻔하고, 나타나지 않으면 잔칫날에 주인이 사라진 것과 같은 꼴이 되는 고약한 상황이었다.

이날 홍 부총재는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홍 부총재는 AIIB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AIIB가 채용한 개인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유 부총리도 ‘홍 부총재를 만났느냐’는 질문에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정말로 홍 부총재는 한국과 상관없는 AIIB 소속의 개인에 불과할까?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보자. 한국은 미국의 반대에도 AIIB 가입을 결정했다. 미국 중심의 금융 패권에 도전장을 낸 중국은 한국의 가입에 특별히 감사를 표했다. AIIB의 5개 부총재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려고 우리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그 결과, 중국은 프랑스의 거센 반발에도 리스크 담당 부총재 자리를 한국 몫으로 돌렸다.

투자금 환수가 불투명한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를 하는 AIIB 특성상 리스크 담당 부총재는 핵심 요직이다.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이 수주를 다툴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훗날 AIIB가 북한 투자에 나설 때를 가정한다면 AIIB에 부총재가 있느냐 없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낙하산’으로 산은에 들어갔다가 다시 ‘낙하산’으로 AIIB에 입성한 홍 부총재가 지금 AIIB에서 한국의 위상을 오히려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첫 총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부총재가 한국 검찰과 국회로 불려다니기라도 한다면 AIIB는 그 자리에 다른 국가의 대표를 앉힐지도 모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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