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반복되는 독감 백신난..곳곳서 '비명'

박소연 2016. 10. 2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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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이맘 때면 독감 백신 맞는 분들 계시지요. 그런데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는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야 하고, 혹은 아예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이곳은 충북 충주시의회입니다. 지금 시각은 8시 16분 이른 아침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건물 1층에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교복 입은 학생과 어린 아이, 그리고 어르신까지 이곳에 모였는데 어떤 일일까요,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때 아닌 인파는 독감이 유행하기 전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접수증을 받으려는 행렬입니다.

시의회 건물에서 시작한 줄은 바로 옆 시청 건물을 지나 보건소까지 이어집니다.

드디어 오전 8시 반 접종 시작. 주삿바늘만 보고도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겁을 먹은 아이들은 엄마 품을 파고 듭니다.

이러는 사이 접종을 기다리는 줄은 갈수록 길어집니다.

이렇게 접수를 마친 후에 접종실로 이동하면 됩니다. 이 벽에 나와있는 화살표 방향을 따라 벌써 많은 분들이 줄을 서 있는데요. 저희도 따라가보겠습니다.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이 줄은 저쪽 앞까지 이어집니다.

이렇게 인파가 몰린 건 일반 병원보다 4분의 1 정도 저렴한 가격, 8000원에 예방접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하루 보건소를 찾은 시민만 1600여명.

충주시는 1만 도즈를 준비했는데, 이런 식으로 인파가 몰려 백신은 3일 만에 동이 나고 말았습니다.

정부는 이달 초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는 무료 접종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업에도 백신이 부족해 곳곳에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복환/71세 : 병의원 두 군데 갔는데 없다는데 어떡해. (접종) 대상이 된다고 해놓고 없다고 하면 돈 내고 맞아야지.]

질병관리본부가 제작한 예방 접종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면 65세 이상 어르신이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는 지정병원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서울 도봉구에서 가장 가까운 의료 기관을 검색해 찾아가보겠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이 알려주는 병원 세 곳을 찾았지만, 남아 있는 무료 백신은 없었습니다.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자 질병관리본부는 새로운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예방접종 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독감백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백신 보유량이 7개로 도봉구에서 가장 많이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이 병원에 찾아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스파트폰 속 정보와 실제 병원에서 갖고 있는 백신 보유량은 달랐습니다.

[병원 관계자 : 지금 현재 (입원 환자 대상으로) 서너 개 남고 다 소진된 상황이에요.]

이러다 보니 아직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한 노인들은 남아 있는 무료 백신을 찾아 떠도는 '병원 유랑자'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시민/73세 : 지금 여기까지 하면 두 군데, 세 군데 온 거죠. 내가 아쉬우니까 할 수 없잖아요.]

자치구별로 확보하고 있는 백신량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 도봉구는 무료 백신이 30여도즈, 중구는 240여도즈가 남아있지만, 강서구는 잔여 백신량이 6500여 도즈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현장의 수요 예측이 공급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A 병원 : (요청량의) 반밖에 안 줬어요. 3분의 2정도는 외지에서 일하러 오셨다가 맞으시는 분도 많더라고요.]

노인 대상 무료 접종 사업은 다음달 15일까지인데 재고 백신의 재분배는 지자체마다 다른 사업 일정으로 인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있다 하더라도 제 때 제 곳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신종 감염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종플루 사태 등을 겪었지만 정확한 백신 수요 예측 시스템 마련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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