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황당하고 엽기적인 복수극..그 결말은?

박병일 기자 2014. 9. 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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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34살 라이언은 어느 날 여자 친구와 심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두 사람이 왜 다퉜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얼마 뒤 라이언이 여자 친구에게 화해를 청했고 여자 친구도 받아 들인 것으로 봐선 사소한 일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튼 라이언은 화해의 의미로 여자 친구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메뉴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볶음 요리였고 포도주도 곁들였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화해의 만찬을 즐겼습니다.

다음 날, 여자 친구는 라이언으로부터 전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여자 친구는 전날 만찬에 이은 화해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전혀 다른 메시지였습니다. "어제 저녁에 먹은 고기 맛이 어땠어? '개' 고기 맛 말이야…" 여자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어제 먹은 고기가 돼지고기가 아닌 개고기였다는 말인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 여자 친구 집 문 앞에는 잘려진 개 다리 4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다리는 몇 일 전 사라진 여자 친구의 애견 다리였습니다.

그러니까 라이언은 여자친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화해' 요청을 하기 전부터 치밀하게 복수극을 꾸몄던 겁니다. 물론 화해 요청 자체도 이 복수극의 서막이 되는 연기였던 겁니다. 여자 친구의 애견은 이 복수극에 무고하게 희생된 거고요. 라이언은 경찰에 곧바로 체포됐습니다. 25만 달러, 우리 돈 2억 5천만 원의 보석금을 내야만 쇠창살에서 나갈 수 있습니다. 미국의 법규를 아는 라이언이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 텐데, 복수에 눈이 먼 나머지 후회해도 소용없는 결과로 이어진 겁니다.

복수에 관련된 또 다른 기사도 보도됐는데,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52살 케이시는 2006년 샌디 에이고의 한 지역 신문이 '올해의 어머니'로 뽑은 그야말로 현모양처입니다. 가정에 헌신적이고 아이들 양육도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2011년 케이시는 카멜 벨리에서 꿈에 그려왔던 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1층짜리 집으로 남편은 물론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던 딸에게는 더없이 안성맞춤인 그런 집이었습니다. 가격도 자신이 생각했던 수준과 딱 맞았고 또 현재의 집을 팔고 저축한 돈을 합치면 그 집을 살 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부동산을 통해 그 집의 주인에게 '그 집을 사겠다'는 의향을 전했고, 집 주인도 기꺼이 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케이시는 이 기쁜 소식을 가족에게 전했습니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케이시는 분명, 가족들과 그날 저녁 포도주를 곁들인 축하 만찬을 하면서 앞으로 집을 어떻게 꾸밀지 부푼 꿈을 꾸면서 황홀한 밤을 지냈을 겁니다. 하지만 이 꿈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에이전트로부터 전화 한 통화가 걸려왔습니다. 집 주인이 다른 부부와 계약하기로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거의 계약 단계에 이른 순간 느닷없이 다른 젊은 부부가 나타나 10만 달러, 우리 돈 1억 원을 더 주겠다며 계약을 가로 챈 겁니다.

그 집에 대한 기대와 집착이 강했던 탓일까요? 현모양처로 '올해의 어머니'상까지 받은 케이시의 복수극이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꿈을 박살 낸 두 부부에게 '정크 메일'을 하루에 수 백 통씩 보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가 봅니다. 케이시는 그 젊은 부부가 그 집에 이사한 이후에 그 집 앞에 매일같이 수 십 통의 광고 전단과 철 지난 잡지들을 구해다가 쌓아놨습니다. 복수극이 여기서 그쳤다면 언론에 보도되지도 않았겠죠?

케이시는 분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크레이그 리스트 (중고물품을 거래하고 구인구직 광고를 싣는 인터넷 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하나 실었습니다. 자기 집을 빼앗은(?) 젊은 부부 가운데 부인을 납치해서 성폭행해달라는 광고였습니다. 이 복수극이 실행으로 옮겨졌는지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케이시는 경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변호사를 구했지만 만일 혐의가 인정되면 9년 8개월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과도한 집착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그런 집착이 깨어지면 극도의 절망감과 함께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미래에 자기의 인생을 망칠지 모를 결과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그 순간에는 자신에게 박탈감을 준 대상에게 자신이 받은 상처와 동일한 아니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에만 몰입하게 됩니다. 그 복수의 종점은 파국입니다. 라이언과 케이시는 지금쯤 차디찬 감방에서 자신이 저지른 복수극을 후회하고 있을까요? 아니 어쩌면 이렇게까지 될 바에야 더 심하고 더 고통을 줄 수 있는 복수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박병일 기자 cokkir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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